時事論壇/時流談論

[팀장칼럼] 대통령과의 대화가 불편한 기업인들/[시론] 강국들도 경제 일으키는 정책 내놓는데, 한국은 왜 없나

바람아님 2019. 1. 18. 09:06

[팀장칼럼] 대통령과의 대화가 불편한 기업인들

조선비즈2019.01.17. 06:02

 

"정부가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세계의 지도자들과 소통하는 기업인이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새겨 들었어야 할 대목이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에서 기업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개선, 탈원전,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문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장관들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답변을 안하거나 기존에 나왔던 정부의 입장을 반복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기업에 당부드리고 싶다.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이 "저희(삼성)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달라"고 하자 "언제든지 가겠다"면서도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에게 그냥 넘겨들을 수 없는 숙제가 됐다.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128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진 기업인은 고작 17명에 불과했다. 111명은 2시간 동안 병풍 역할을 했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발언) 기회가 안 왔다"면서 아쉬워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장관들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바엔 차라리 귀한 시간을 낸 기업인의 애로사항을 좀 더 들었으면 어땠을까.


산업현장에선 ‘규제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데, 문 대통령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라며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들만 늘여놓았다.

‘혹시나 문 대통령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까’하고 기대했던 기업인들은 ‘역시나 이번에도…’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관련 상법 개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안인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등 기업 활동을 어렵게하는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한채 답답함만 남겼다.


뭔가 풀릴 듯하면서도 결국 풀리지 않는 ‘희망고문’을 받을려고 128명이나 되는 기업인이 청와대까지 간 것일까. 대통령이 기업인과 소통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은 기업경쟁력이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업의 역할만 강요하고 ‘지금 정부는 잘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대통령에게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을까. 친기업 소통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인들을 ‘오라가라’하는 것이 아니라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제부터 풀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설성인 재계에너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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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국들도 경제 일으키는 정책 내놓는데, 한국은 왜 없나

조선일보 2019.01.17. 03:12

산업정책 '무용론' 횡행한 한국과 달리 美·中·日·獨은 국가원수가 산업정책 챙겨
지금도 국가의 역할 존재해 정권 핵심부가 '산업 논리'에 힘 실어주고 관료는 분발해야
조환익 한양대 특훈교수·前 한국전력 사장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 신임 비서실장에게 "이번 정부에서 산업정책 1~2개 제대로 만들었다는 소리 들어야 한다"고 최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산업정책을 언급한 것이 이미 서너 번 되는 것 같다. 아마 외환 위기 이후 대통령의 말에서 비중 있게 산업정책의 중요성이 다루어진 것은 거의 처음 아닌가 싶다. 과거 한 20년간 '산업정책'이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를 냉소적으로 보는 기류가 정부와 학계에 존재했었다.


이번에도 일각에서 '산업정책은 구(舊)시대적 답답한 프레임'으로 보는 강한 비판이 터져 나왔고, 그 논거는 정부가 기업보다 산업을 알지 못하는데 무슨 산업정책이냐는 것이다. '산업의 경쟁력은 시장에서 다 정해지는 것이고, 시장은 항상 공정하기에 기업의 생존 전략은 시장이라는 정글 속에서 각자도생으로 찾아야 하는데,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이 왜 필요한가'라는 신자유주의적 주장이다. 이에 따라 산업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약했다. 그러면서도 외환 위기 때는 소위 '빅딜'이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무지막지한 산업정책(?)이 돌출해 나왔다.


외환 위기의 원인이 제조업 부문에서 부채비율이 높고, 유망한 분야에서만 과당 경쟁했다는 데에 있고, 정부가 이를 손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정책이었다. 애지중지 키워왔던 사업을 어느 날 갑작스레 타 그룹에 넘겨야 하고 인위적 제조업 분야 통폐합이 칼춤을 추었다. 반도체 사업을 느닷없이 빼앗긴 것이 고(故) 구본무 LG 회장에게는 평생의 한(恨)이 됐다. 반도체 말고도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빅딜, 스몰딜이 이어졌다. 이런 산업정책을 말한다면 다시 있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산업이 발전해 나가는 데 일정 부분 국가의 역할이 분명 있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은 수입 대체 국산화, 수출 주도 성장, 중화학산업 육성, 국제경쟁력 지원 등으로 진화해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승자독식(勝者獨食) 시대에야말로 정부의 더 강력한 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국가 간의 첨예한 산업정책의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중 무역 분쟁이다.

/일러스트=이철원

민간기업 창의의 상징처럼 보이는 애플도 정부의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공공구매 등의 뒷바람이 없었으면 오늘이 가능했을까? 이러한 혁신의 과실은 절대 외국과 공유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AI(인공지능) 등 미래기술 분야까지 모방을 통해 실용화에 속도를 내는 중국을 그냥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자국 산업과 기술을 보호하고 또 금융, 세제 및 규제 완화 등에서 총력 지원하여 초격차를 유지하고 외국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 규제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신(新)중상주의적 산업정책'의 시대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로봇산업 5개년계획'을 직접 발표해 챙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조업 2025',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인더스트리 4.0' 등이 다 그런 것이다.


관료들이 기업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다 알 수 없고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쫓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정부에도 산업 전문가들이 있고 이들은 산업의 애로가 무엇이고 성장통(痛)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떤 영양제가 필요한지를 안다. 필요한 부분에 간접적 도움을 주는 게 산업정책이다. 이마저도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면 '금융발전 정책' 같은 것은 왜 필요한지. 첨단 금융 기법을 금융업계보다 정부가 더 많이 알아서인가?


우리 산업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규제비용' 등으로 이미 고(高)비용 구조 시대로 넘어갔다. 이제 고비용 구조를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신기술, 고생산성' 산업구조로 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비용을 낮춰주는 노력뿐 아니라 신기술, 고효율 산업을 위해 소위 '압도적' 노력을 해야겠다. 정부 내에서도 산업을 대변하는 주장에 대해서 울림이 커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핵심에 있는 분들이 산업 논리에 힘을 실어주어야 제대로 된 산업정책이 나온다. 무력증에 빠져 있던 실물경제 담당 전문 관료들도 더욱 부지런히 현장을 뛰어다니고 지식을 쌓아 융합산업시대의 '또 새롭게 진화된 산업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시장이 전능(全能)한 것도 아니고 정부가 만능(萬能)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조화를 이루어 나가 상생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산업정책이 설 공간이다.


조환익 한양대 특훈교수·前 한국전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