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01.18. 00:37
전략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지적
한·일 갈등은 한·미 동맹 해치고
패권 노리는 중국을 도와주는 일
맥매스터는 연설 대부분을 중국과 북한 때문에 생긴 난제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설의 핵심은 중국과 북한 때문에 발생한 난관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전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전략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행보는 더욱 과감해지고,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맥매스터는 경고했다.
맥매스터는 우회적인 어조로 최근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전략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뜻이 맞는 국가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우정과 확신을 나누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독립의 아이콘 유관순을 언급했다. 유관순은 극심한 고문 속에서도 시위 가담자들의 이름을 끝내 발설하지 않았고 ‘대한독립’을 외치며 17세의 나이로 1920년에 눈을 감았다. 맥매스터는 유관순이 비단 일제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법의 지배라는 가치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관순은 과거 일본 제국과 확연히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서 일본에 대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계속 원한을 가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한·일 관계 악화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한 기준과 가치를 수호할 만큼 제대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중국의 오만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일본과 한국의 갈등 심화는 필연적으로 한·미 동맹에 긴장을 초래하고, 아시아 패권을 노리며 전후 아시아 국가의 동맹 관계가 분열되기를 내심 바라는 중국에 틈을 주게 된다. 미국은 중국이 일본이나 호주보다 한국을 쉬운 표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중국과의 사드 분쟁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과 갈등을 벌이는 한국을 보며, 중국은 한국을 홀대해도 전략적 보복이 없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힐 것이다. 적을 저지하는 데 뜻이 맞는 동맹과 협력하지 않으면 적은 도발한다.
한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미국이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식의 역할은 일본도, 호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맥매스터의 연설처럼 한국은 전략적인 능력을 갖추고 중국과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
일본도 곤경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지난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콘퍼런스에서 일본 정치인들과 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자국 지도자들이 한국과 화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국이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기에 일본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과의 대립 국면에서 한국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호주에서 싱가포르에 이르는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한·일 관계 악화가 한국 내에서 커진 갈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태가 중국과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각 나라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려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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