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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전재성① “가장 쉬운 무역에서 시작...이제 전면적 파상공세”

바람아님 2019. 1. 22. 08:58
조선일보 2019.01.21 20:30

미국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의 불공정무역, 기술탈취, 각국 국내 정치 개입 등 행태와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첨단기술 발전 추세를 그대로 두면 미국과 격차가 점점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혀진다. 경제력과 첨단기술은 군사력으로도 이어진다.

앞으로 30년 후 또는 100년 후 미국과 중국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1980년대 소련과의 군사경쟁, 독일 일본과의 경제경쟁에서 도전을 뿌리쳤던 것처럼 중국도 억누를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이어받을까. 패권경쟁은 국제사회에서의 ‘규범과 질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0월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파상공세였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중간선거에 개입하고, 미국 대학에 침투하고 있다 등의 발언은 매우 놀라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경제를 비롯한 패권 경쟁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단순히 무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가장 쉬운 무역 분야에서 시작해 첨단기술, 지적재산권, 군사안보, 국제정치질서 부문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이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굉장히 정치화돼서 주변국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지금 경제 문제는 단순한 상호 의존의 조정 문제가 아니라 공격적으로 정치화되고 안보화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미국의 이같은 전면적인 공세가 어느 정도의 간격은 있겠지만 파도가 치듯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에게 공정한 경쟁, 지적재산권 보호 등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이론, 동아시아 안보, 외교정책을 전공한 국제정치 전문가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019년 1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했다./이선목 기자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간 무역분쟁의 배경이 뭘까.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 무역전쟁이 미국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에서 중산층의 부활 등을 내걸어 당선됐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중 무역적자는 연간 3700억달러, 하루 약 10억달러(약 1조원) 수준에 이른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분쟁이) 경제적 요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2017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2018 국가국방전략’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중국을 단순 무역적자 해소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양국 간 무역분쟁이) 단기간 경제 문제 해소 과정이 아니라 중국의 성장에 따른 ‘패권 경쟁’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보고서에는 미국이 중국을 더이상 협력적 파트너로 상정하지 않고 지역 질서와 번영, 그리고 서구국가들의 전략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본다는 게 명백히 드러나 있다.

-트럼프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이 벌어진 게 아니라는 의미인가.

"이런 것이 트럼프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외교안보에 대해 특별한 장기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양국이 패권 경쟁 양상을 보이는 건 미국 사회 내부 전체에 중국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 경제 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외교군사 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등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발전에 대한 견제는 이미 불가피한 경로에, 패권경쟁 양상에 들어섰다. 오바마 정부 때는 제도적 측면에서 온건한 방식이었다면 트럼프는 매우 강경한 방식을 쓰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브레인들이 대부분 젊고 기존 선입견에 벗어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미중 수교를 이끌었던 키신저 등 올드스쿨들은 미중간 공존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브레인들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세력이라든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육성한다든지 등 내용을 경험한 사람들이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상당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호텔에서 2018년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참모진과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조선DB
-양국은 지난달 무역분쟁 90일 휴전을 합의하고 최근 대면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분쟁이 해소될 가능성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되는 성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와 별도로 양국 간 패권 경쟁 양상은 계속될 것 같다. 외견상으로는 무역 분쟁의 형태를 띤, 또는 다른 형태의 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쟁이 계속될까.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걸친 경쟁 상황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우선은 가장 쉬운 무역에서부터 시작됐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계속 발전할 것이니 대략 2030년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과 비슷해지거나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단순히 양적인 게 아니고 ‘중국 제조 2025’처럼 중국이 첨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미국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심각하게 느끼는 것이다.

전반적인 맥락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허드슨 재단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을 보면 미국이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중간선거에 개입하고, 미국 대학에 침투하고 있다 등의 발언은 매우 놀라웠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파상공세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경제를 비롯한 패권 경쟁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스는 당시 연설에서 기본적인 무역 분야부터 인공지능(AI), 5세대 통신(5G), 4차산업 등 복잡한 기술적 분야까지 언급했다. 중국은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첨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첨단기술을 미국이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핵심적인 기술 분야와 지적재산권, 사이버보안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견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각국 정치에 비정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경제 문제는 단순한 상호 의존의 조정 문제가 아니다. 공격적으로 정치화되고 안보화된 사안이다.

특히 미국 주도의 정치 동맹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국가(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국은 중국의 기술 도약이 안보적 불안을 높이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부상이 주변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의 행보는 매우 공격적이다. 따라서 특히 서방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주변국에는 상당한 정치적 억압이라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중국의 경제성장 정책이 대부분 경제보복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그랬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굉장히 정치화돼서 주변국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중국이 수출 중심의 경제였는데도 이런 인식이 있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적 도약이 가능한 다음 단계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조선DB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왜 패권 경쟁으로까지 번진 것인가.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상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국가 사이 분쟁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기존 패권국이 예방전쟁을 일으키는 것인지, 아니면 신흥국이 패권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론에 따르면 기존에 확립된 질서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정서가 확실해질 때 군사적 우위에 있는 편이 전쟁을 일으키는 게 합리적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도 그랬다.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성장을 두려워해 일어난 전쟁이다. 떠오르는 국가는 도전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실현적인 경향이 있어서 서로간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전쟁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1980년대 일본, 소련 등을 꺾어봤다. 지금 나오는 매뉴얼을 보면 이미 여러 번 해 본 것들이라는 느낌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경제에서 시작해서 군사, 인권, 정치, 동맹국 동원 등 매뉴얼이 있는 것 아닌가."


대담=정재형 조선비즈 국제부장 이선목 기자 백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