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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김성한 "30년 전쟁 이제 막 시작…최후 승자는 미국"/[시시비비]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바람아님 2019. 1. 26. 09:21

[미·중 패권경쟁] 김성한 "30년 전쟁 이제 막 시작…최후 승자는 미국"

조선일보 2019.01.25 14:49

미국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의 불공정무역, 기술탈취, 각국 국내 정치 개입 등 행태와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첨단기술 발전 추세를 그대로 두면 미국과 격차가 점점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혀진다. 경제력과 첨단기술은 군사력으로도 이어진다.

앞으로 30년 후 또는 100년 후 미국과 중국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1980년대 소련과의 군사경쟁, 독일 일본과의 경제경쟁에서 도전을 뿌리쳤던 것처럼 중국도 억누를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이어받을까. 패권경쟁은 국제사회에서의 ‘규범과 질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미·중 30년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양국은 앞으로 30년 내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휴전을 반복하는 간헐적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소프트파워 경쟁에서 밀리면서 최종 승자는 결국 미국이 될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앞으로의 미중 무역갈등 전개양상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부터 미중 갈등은 전반적인 분야에서 물이 끓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해도 차기 지도자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구조적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미중 경쟁의 승자가 미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중국이 대신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났고,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격차를 좁혀오고 있지만 이 분야를 주도하는 핵심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패권 이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배신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비민주적이고 자유주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하면서 동시에 한미 동맹에는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북한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한미일이 사실상 삼각동맹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미국에 인식시켜 한미 동맹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92년 텍사스대학교(오스틴)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약 14년간 미주연구부 교수를 지냈고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미국 정치외교 전문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2019년 1월 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경민 기자
-지난해 초 본격화된 미·중 무역 분쟁이 패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분쟁이라고 쓰고 패권경쟁이라고 읽는 게 맞다. 패권을 받치고 있는 것은 ‘경제’이고, 패권의 궁극적 승부를 가르는 것은 정치·군사력인데 이번 분쟁에는 요소들이 서로 얽혀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소프트한 이슈인 경제부터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로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와는 반대로 권력 강화에 나섰고 제2의 마오쩌둥이 되기를 꿈꾼다. 중국은 국제질서를 존중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수정하고 싶어하는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시진핑은 최근 2~3년간 제기된 ‘민주주의의 위기’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폐해를 부각하면서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세계에 보여주려는 뜻을 품고 있다. 리더십을 강조하고 정부의 역할, 정부와 시장의 협력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먹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혀오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실탄을 들고 집중적으로 4차 산업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이나 산업기술 탈취 등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제에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이 90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지만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해도 이 기조가 지속될까.

"미중 패권전쟁은 30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바람에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그 전부터 물이 끓어오르기 직전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애국주의 또는 공명심으로 싸움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미국의 차기 지도자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구조적 현실에 직면해있다.

미중 30년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양국은 앞으로 30년 내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휴전을 반복하는 간헐적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30년 전쟁은 기술전을 포함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겠는가.

"중국은 현재 양국의 전쟁을 무역에 한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산업기술 탈취 문제를 겨냥할 것이다. 지금 제대로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 않으면 지재권 문제가 결국 양국간 기술격차를 좁혀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은 소위 이중용도 기술이라고 한다. 산업기술이 발달하면 자연적으로 군사기술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지재권 침해와 산업기술 탈취를 시작으로 군사력까지 넘보는 것을 우려한다. 현재 미국의 군사력이 월등하게 앞서있지만 중국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러시아의 우주개발, 첨단 군사기술 등이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옛 소련이 무너졌을 때 중국은 러시아와 주변국들의 연구원을 돈 많이 주고 데려와 자체적으로 군사기술을 보강했다. 최근에는 크림반도 사태 이후 대(對)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와 서방국들 관계가 틀어지면서 러·중간 전략동맹이 맺어졌다.

별 것 아닌 크림반도 문제로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을 맺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서방세계의 전략적 패착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려고 궁리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이는 러시아로부터 중국을 떼놓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다 지나치게 친해져 스캔들에 휘말려서 자기 발등을 찍었지만 발상 자체는 옳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업무만찬을 갖고 있는 모습. /신화망
-미중 패권경쟁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나라는 과거 명나라와 청나라 교체 시기에 겪었던 힘든 시기를 다시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년 전만 해도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긴장해야하는 상황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중국이 매우 순탄하게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30년 전쟁의 승자는 결국 미국이 될 것이다. 5년 전에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그 대안으로 중국 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가 나왔다. 지금 와서 보면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걸로 판명났다.

또 기술 격차가 좁혀진다고 미국이 아우성치고 있지만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다. 군사적으로도 미국이 특히 해공군력에서 중국보다 월등히 앞서있다.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이 평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국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배가 침몰할 경우 쥐들이 가장 먼저 뛰어내린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패권 이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배신할 준비를 해야한다. 국제정치학 용어로는 ‘동맹 전이(Alliance Transition)’라고 한다.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비판하고 있지만 중국과 동맹을 맺겠다고 암중모색하는 나라는 없지 않나."

-동맹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낮은 소프트파워 때문이다.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낮아지고, 트럼프 때문에 이민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현금 다발을 들고 가서 다리와 병원 등 기반 시설을 지어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집권세력과 결탁해서 민중들 삶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것들이 중국 소프트파워의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사수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걸 믿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트럼프 같은 이단아가 나타나도 미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벌인다. 반면 중국은 논쟁을 끝없이 봉쇄한다. 21세기 패권경쟁은 누가 가치를 장악하고 질서의 진정한 수호자가 되는가, 누가 대안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다. 미국이 문제가 많지만 아직은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역 패권을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쉽지 않다. 일본과 인도 등 소위 아시아의 핵보유국들이 버티고 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것을 러시아도 내심 반기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국도 옛 소련, 일본, 독일처럼 미국에 패배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경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미중 패권경쟁에 어떤 영향을 줄까.

"트럼프식의 전략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30년 패권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전쟁을 일으킨 장군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후속 사령관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떻게 동맹과 우방을 확보할 것인지 엄청난 수싸움을 벌여야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유라시아 동맹국들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중국에서도 철수하고, 유럽 동맹국을 다루는 방식도 영 시원찮다. 기껏해야 아시아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방하며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중심으로 아태 질서를 세우겠다는 계획인데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한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맹 네트워크, 오바마 전 행정부가 추구했던 그 전략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도 이런 전략에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트럼프와 마찰하며 결국 사임했다. 현재 위기가 왔다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의 후임자는 그런 점에서 차별화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미국 혼자 힘으로 주도해나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30년 전쟁에서 진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할까.

"미국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한다고 해서 중국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되 주된 분야를 경제로 한정해야 한다. 재밌는 예로,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시진핑과 7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가 일본에도 중국 수준의 통상 압박을 가하니까 아베가 뿔이 나서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렇지만 아베는 회담에서 경제 이야기만 했다.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는 얘기도 안하고 대신 ‘제3국 분야에 양질의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며 간접적으로 일대일로에 숟가락을 얹었다. 이런 전략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의 중국 경제 의존도가 일본보다 높다는 것이다. 경제만 협력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유지하면서 정치군사 분야에서는 동맹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관리하고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핫라인 설치나 국가안보실장간 전략대화를 정규화 시켜 나가는 방법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기 위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트럼프의 모든 세부 정책들은 중국을 겨냥한다는 얘기가 있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북한을 중국에서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북한 스스로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측면이 더 크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을 매우 싫어한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김정일이 주변국 중 어떤 나라를 가장 싫어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첫 번째는 일본, 두 번째는 중국,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러시아와 미국"이라고 답해줬다.

북한은 중국이 동맹인척 하면서 뒤에서 거짓말을 하고 광물 자원을 염가에 빼가고 등쳐먹는 행태를 벌이는 것에 아주 신물이 났다고 황장엽은 말했다. 김정은도 부친의 관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친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적당히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까지 감축하겠다고 하지만 완전히 포기하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 입장에선 포기가 어렵다. 트럼프도 알고 있다. 북한이 말로는 ‘완전한 비핵화’지만 실제로는 부분적 비핵화라도 실행한다면 미국 입장에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폐기나 핵 확산 폐기 정도만 이뤄내고 본토 방어가 된다. 그러면 트럼프는 유권자로부터 칭찬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고 한다는 것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은 일정부분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장 실천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중국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현상 유지를 원하는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까.

"뮬러 특검과 2차 정상회담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국내에서 수세에 몰릴 수록 북한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2차 정상회담이 1차 때처럼 성과 없이 끝나면 떠안게 되는 정치적 부담도 있다. 북한이 트럼프가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날 정도의 선물은 주지 않을까. 일정 수준의 핵물질 신고, 검증, ICBM 폐기 등 줄 수 있는 것이 몇 개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 선물을 실패라고 규정하겠지만, 미국의 일반 국민들은 성과라고 인지할 것이다. 또 미국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의 핵능력을 점진적으로 통제하고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이미 핵보유국 지위로 발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핵화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트럼프가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북한 책략에 잘못 대응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이든지 북핵 일부 동결 내지는 폐기와 맞바꾸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우려스러운 두 가지는 트럼프가 장기적으로 북핵 문제를 끌고가면서 지지부진해지는 상황과 한미 동맹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비핵화는 안되면서 동맹에만 균열이 가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북한이 ‘우리는 중국과 떨어질 각오가 돼있고 미국에 충성하겠다’는 식으로 현혹시킬 수도 있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100% 늘리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일부 철수를 시사하고 있다. 이것과 북핵 협상이 맞물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대처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동맹을 사수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동맹은 우리의 전략자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재래 전력만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북한이 우리를 위협해 뭔가를 내놓으라 할 가능성은?

"많다.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지만 핵무기는 이런 식이다. 북한은 모든 전력을 휴전선 근처에 전진배치하고 있고 그중 특수작전부대 병력 15만명이 최전방에 배치돼 있다. 특작부대가 서해 5도 섬 중 하나를 점령하고 ‘어차피 북한 NLL(북방한계선) 안에 들어온 섬이니 우리 소유다. 만약 이걸 재탈환하는 작전을 한다면 우리는 핵무기를 쓰겠다’고 한다면 남한 입장에서는 보복하기도 어렵고 기정사실화된다. 그게 핵을 보유한 나라와 없는 나라가 긴장관계로 무력 도발을 맞이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되면 일본도 핵 개발을 승인해달라고 나서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주변 국가에서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까지 핵탄두를 줄이겠다고 미국을 설득할 것이다. 미국에 잘하고 한국이나 일본이 핵 갖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정도로 행동을 보여주겠다고 할 것이다. 어차피 미국은 일본이 핵을 갖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변했다’는 소리가 미국 입에서 나올 정도로만 해주면 된다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거기에 북한 경제까지 발전하면 우리는 완전히 밀리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나. 앞으로 한일관계는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그럴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도 핵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이고 일본도 불안하기 때문에 연합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한일은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 동맹도 안전할 수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에서도 결국은 철수를 해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 미국도 일본을 매우 중시한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한미일이 삼각동맹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미국에 인식시켜야만 한다."

대담=정재형 조선비즈 국제부장 이경민 기자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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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아시아경제 2019.01.25. 11:15

겁쟁이 게임.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자동차는 어느 쪽이 먼저 핸들을 꺾지 않으면 충돌하고 만다. 게임 이론은 최소한 어느 한쪽이 핸들을 먼저 꺾는다고 말한다. 이게 균형이다.

2000대 600. 여기에 억달러라는 단위를 덧붙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는 수입 금액이 된다. 아는 바와 같이 이 관세 부과는 오는 3월 초까지는 잠정적으로 중지됐다. 막후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분쟁은 왜 발생했을까?


문제는 단순하다. 중국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 대해 누적 4조10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거의 대미 무역흑자에 근거한 것이다. 복잡한 경제 이론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제조업, 특히 첨단 기술의 발전은 기술을 훔쳐 이룩한 것이라고 미국은 주장한다. 기술자를 빼내거나 중국에 투자한 기업에 강제적으로 기술이전을 요청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모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지금에야 이것을 문제 삼을까? 무역적자에 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IT 관련 경쟁력만큼은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욕망일 수 있다. 문제를 이렇게 보면 해법은 어렵지 않다.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거나 지식재산권(IP)의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지면 된다. 최근 중국은 실제로 2024년까지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로 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겁쟁이 게임이 예측한 대로 한쪽이 핸들을 꺾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미국도 '적당한 형태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의 끝, 즉 거대한 전쟁의 한 작은 전투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IP 보호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그 약속을 점검하는 절차와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갈등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워싱턴DC에서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승인을 실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WTO 가입 뒤 의무의 이행은 등한시한 채 자신의 권리만을 챙겨 중국이 지금까지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배경에는 환율 조작, 전방위적인 보조금 지급 그리고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는, 대규모의 보조금 지급에 의한,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현재의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지금의 무역 분쟁은 '적당한 선에서' 조만간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이 자신의 경제 발전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양국 간의 분쟁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다 안다. 현재 미ㆍ중 무역 전쟁은 미소(美蘇) 냉전이 끝난 뒤에 시작된 자본주의 세계의 헤게모니 다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서두에 인용한 겁쟁이 게임의 균형은 두 국가가 충돌할 경우 서로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성립한다. 그 위기의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전투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