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세
“화장실이 없다고 그렇게 화가 난 거야?”(남편) “화장실도 없는 집인 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아내)
이 부부, 위기입니다.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시골 마을 청년과 결혼한 여자, 이럴 수가, 신혼 집에 화장실이 없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거죠. 이 집안 여자들은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반, 단체로 인근 벌판에 볼일을 보러 갑니다. 참다 못한 여자는 “화장실을 지어주지 않으면 가출하겠다” 선언하고 집안은 발칵 뒤집히죠. 2017년 인도에서 제작돼 30억 루피(약 473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히트한 영화 ‘토일렛: 러브 스토리(Toilet : Love story)’입니다.
이랬던 인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 전역에 화장실 1억 110만 개를 짓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한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캠페인 덕분인데요.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이하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캠페인이 시작된 지 4년 반 만에 인도 전역에 무려 9000만 개의 화장실이 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인도를 ‘노상 배변 없는 나라(Open Defecation Free)’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진행 중인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장실 혁명’은 인도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고 있을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인도인들의 ‘뒷간’ 사정을 들여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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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보다 화장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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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똥은 귀하나 사람 똥은 더럽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라운 경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이 화장실 없는 생활을 고수해 온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것은 힌두교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합니다. 힌두교 교리에선 ‘깨끗한(淨)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요.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소의 똥은 귀하게 여겨지는 반면, 사람의 배설물은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부정한 것으로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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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참다 방광 파열, 성폭행도 빈번
이런 문화 속에서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들판에서 용변을 보다 뱀에게 물리고 벌레에게 쏘이는 일은 일상다반사죠. 소변을 참느라 방광염을 달고 살고, 심한 경우엔 방광 파열에 이르기도 합니다. 학교에도 화장실이 없어 생리 중인 여학생들은 학교를 쉬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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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없으면, 신부(新婦)도 없다’
볼일을 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서 시작된 ‘노 토일렛, 노 브라이드(No Toilet, No Bride·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 캠페인이 대표적인데요. 여성들이 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은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결혼파업’을 선언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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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의 행동 개조 실험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닙니다. 인도 정부는 빈곤 가정에 화장실 공사 비용의 4분의 3 정도인 1만 2000루피(약 19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보조금이 화장실 완공 후 지급되는 구조라 애초 가진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공사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문화적인 장벽도 아직 높습니다. 집 안에서 변을 보는 게 영 불길하게 느껴져, 고집스럽게 야외 배변을 지속하는 중·장년층도 허다합니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총괄하는 파라미스와란 이예르는 “이번 사업은 인도 최대의 행동 개조 실험”이라며 이런 말을 남겼네요.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사람들이 오래된 습관으로 돌아 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 문과 칸막이 없어 민망하던 중국 화장실...많이 달라졌네
「 인도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역시 화장실 문제로 골치를 앓던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의 공중화장실은 문과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에 최악의 위생 상태로 유명했죠.
이 과정에서 ‘5성급 화장실’로 불리는 초호화 화장실이 등장하기도했습니다. 쓰촨(四川)성의 한 관광지 화장실은 소파에 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을 구비했구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한 공중화장실은 최고급 대리석에 금으로 세면대를 둘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시 주석의 뜻을 받드는 관료들의 충성 경쟁이 빚은 부작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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