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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남극대륙 장보고 기지로 가는 길, 뉴질랜드
2017년 10월 23일 공항에 모인 모든 대원과 나는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가족과 떨어져 이역만리 영구동토의 땅에서 13개월을 지내야 하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은 오히려 침착해졌다. 하긴 이 시기에 매년 2~3개월을 남극에 연구하러 자주 출장을 가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 떠나는 마당에 의연해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데 가족과 웃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뒤돌아 출국장으로 들어가는데 마음이 쓰라려 내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면서 주변 대원들을 살피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대원들도 어두운 얼굴은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비행기 좌석에 몸을 기대고 이륙을 준비하는데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출국장에서 대원들과 그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가장 바라는 바는 한 가지였다. 대장으로서 저 대원들을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그 마음 때문에 출국장을 들어가기 전 우리 대원들과 둥그렇게 모여 ‘우리 이대로’ 짧은 구호를 외쳤다. 어떠한 사고나 부상 없이 우리가 떠나온 이대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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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 관문 도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1시간 만에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대장은 비즈니스석이니 편안한 승선이지만, 좁은 일반석에서 장시간 승선한 대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괜하게 미안해진다. 내가 업무상 대장이지만, 나도 똑같은 5차대 대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17명이 한꺼번에 짐을 찾아 터벅터벅 걸어가니 자동 수속기가 우리를 기다린다. 일부 뉴질랜드 사람들은 우리의 똑같은 복장과 캐리어에 시선을 멈추고 쳐다본다. 짐 부치는데 일일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는데, 그런 조그만 행동에도 우리 대원들이 대견스럽다.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3시간 정도 걸리는 뉴질랜드 제3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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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열리지 않는 남극대륙행
일부 대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독거리기보다는 나도 똑같이 대원들과 불만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쉴 새 없이 날아온 대원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더군다나 그날 저녁 식사 이후쯤 한 시간 항공기 안전 교육도 받아야 한단다. 참 점입가경이었다. 하지만, 남극대륙행 비행기는 일반 항공기와 다르게 비정기적이고 남극대륙의 변덕스러운 날씨로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대원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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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사회로부터 고립된 남극
약 1 만 년 전 빙하기보다 따뜻한 간빙기에 지진이나 화산 분출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금의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다른 재앙들이 너무나 걱정스럽다. 남극은 지구 기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미래 남극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남극 장보고기지에 도착한 지 약 20일 후에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는 소식을 접했다. 5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목격했던 황량하고 적막했던 도시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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