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25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애도반응 사별 후 3~6개월… 억지로 벗어나려다 더 길어져
슬픔 공유하는 사람끼리 위로… 취미·여행도 마음 회복한 후에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반려동물(伴侶動物·companion animal)이라는 개념은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란 주제로 열린
한 학술 모임에서 제안되었다고 한다.
내용은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존중해 애완동물을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반려동물로 부르자'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엔 애도(哀悼)반응이 찾아오는데 최근엔 반려동물과의 사별(死別)로 슬픔이 커서
진료까지 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토록 반려동물과 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에서 공감(共感)에 있어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인생 고민으로 지쳤을 때 자기 경험을 믿고 달변으로 해결책을 주는 친구보다 말없이 옆에 앉아 어깨를 어루만져 주는
친구에게 더 위로를 받는 것을 경험한다. "사람 사이의 신뢰는 깨어지기 쉽다. 그러나 충직한 개는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노벨상을 수상한 동물심리학자 로런츠는 이야기했다는데,
인간이 자기중심적이 되고 따스함을 잃다 보니 반려동물이 위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말이 서글프다.
우리 사람들도 분발해야겠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영원한 이별을 원하는 이는 없지만 우리는 살면서 사별로 인한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같은 날에 함께 하늘나라로 가자 약속했던 잉꼬부부도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랑했던 만큼 사별의 슬픔도 크게 찾아온다. 부럽기만 한 잉꼬부부의 단점인 셈이다.
애도반응의 시작은 영원한 이별을 심리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직 함께 있는 것 같고 다시 찾아올 것만 같다.
내 마음이 아직 이별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의 감정이 들 수도 있다.
먼저 가 버린 대상이 미울 수도 있고 나 때문은 아닌지 내가 미울 수도 있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대상이 떠나가 버린 것이 현실로 느껴지고 상실로 인한 우울이 찾아온다.
이런 감정 반응은 꼭 순서대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뒤섞여 일어날 수 있다.
사별 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애도반응이 지속된다.
너무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슬퍼하면 주변도 힘들 테니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할 수 있다.
배려의 마음이지만 슬픔을 충분히 내놓지 않고 마음에 쌓아 두게 되면 애도반응이 더 길어지고 심하면 마음의 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도 "어서 털고 일어나. 여행이라도 가봐"라고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조언하는 것보다는 함께 슬픔을 충분히 공감해주어야 한다.
사실 남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내 마음도 슬퍼지고 지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사별을 겪는 이에게 어서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하기 쉽다.
내가 괴로운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슬픔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끼리 모여 위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부친께서 돌아가셨다면 자녀들이 함께 슬픔도, 추억도 나누는 것이다.
애도기간 중에는 중요한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마음 상태가 논리적 결정을 하기에는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정을 할 것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 가족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족들도 적극 도와야 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사별도 있지만 대체로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취미나 여행 같은 활동은 이렇게 마음이 회복된 후에 조금씩 다시 시도하는 것이 좋다.
추모일이나 망인의 생일에는 다시 슬픔이 찾아올 수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분들이 그날에는 함께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애도반응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지만 강도가 크거나 계속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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