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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文은 총선 패배가 두려운가?/[사설] 바깥은 무역전쟁 중, 대통령은 "우리 경제 성공 중"

바람아님 2019. 5. 16. 08:32

[김광일의 입] 文은 총선 패배가 두려운가?

조선일보 2019.05.15. 19:5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관에서 기업가들을 만났다. 이런 말을 했다.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안착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통계와 현장의 온도 차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나씩 뜯어보겠다. 총체적으로 본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총체적으로? 해방 후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그 시기를 말하는가.물론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만 따로 떼어서 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축은행 부실채권 늘어났다는 보고는 못 들었는가. 늪 빠진 바닥경기 얘기는 못 들으셨는가. 2금융권 연체 엄청 늘고 있다는 얘기는 대통령 귀에 안 들리는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으셨는가. 카드사, 저축은행 같은 곳에서 빌린 돈을 못 갚고 있다는 얘기는 안 들리는가. 지방은행 부실채권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저소득층이 ‘급전 끌어 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 연체액 1년 새 무려 17%나 증가했다. 자영업자가 주 고객인 저축은행도 ‘부실채권 10% 이상’ 9곳에 달하고, 지방엔 부실 채권이 50% 넘는 저축은행도 있다. 노후대비용 보험을 깨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어서 작년 지급액 중에 47%가 ‘중도해지’다. 금융사 대출 관리를 본격화하면, 서민들이 사(私)금융에 빠질 우려도 있다. 소상공 업체 500곳을 설문 조사했더니 "작년보다 매출 감소" 했다가 77%, "휴·폐업 고민"하고 있다가 34%다. 대통령 귀에는 안 들리는가. 그래서 총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가.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안착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문 대통령 퇴임하고 난 뒤에? 그때 ‘안착’이 안 된 것으로 판명되면, 그리고 그때 문 대통령은 퇴임한 후라면, 이미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 있다면, 그땐 누가 책임지는데? 많은 경제인들이 "지금 정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강변(强辯)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통계와 현장은 온도 차이가 있다고? 따져보자. 모든 사람이 모든 현장을 실제로 보고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평균적 지표로 실감하라고 통계가 있는 것이다. 현대 통계학은 그렇게 발달돼 왔다. 현장과 온도 차이가 있으면 그건 이미 현대 통계로서 의미를 잃은 것이다. 현장과 온도 차이가 있는 통계는 ‘틀린 통계’이거나 ‘조작된 통계’이거나 ‘새빨간 거짓 통계’인 것이다. 대통령은 지금 통계학의 근본 의미조차 왜곡하고 있는 것인가. 알고 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이미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여러 통계 지표를 애써 가리려고 일부러 하는 말인가. 유능한 군 지휘관은 작전 지도만 봐도 전투 장면을 그릴 수 있고, 좋은 대통령과 기업인은 통계만 봐도 경제 현장을 실감할 수 있는 법이다.

같은 날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한 롯데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에서 만나고 "열렬한 환영한다"(Great to welcome)는 트윗 글까지 올렸다. 문 대통령은 강당에 모인 중소기업인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통계와 현장의 온도 차이를 얘기한 반면에 트럼프는 투자자를 자기 사무실에서 만났다. 너무 비교됐다. 우리 대통령도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고 그쪽 CEO를 청와대로 초청해서 치하하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싶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를 2분 만났는데, 신동빈 회장은 40분 만났다고 하는 댓글이 많았다. 이낙연 총리는 루지애나에 있는 롯데케미컬 공장 준공식에는 모습을 보였으나 백악관에는 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딱딱해지고 있다. 유연성을 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바심’에,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심’, 이 둘을 합해서 정확하게 ‘집권 3년차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김광일의 입’이 기획한 ‘문 대통령, 도대체 왜 이럴까?’라는 주제와 그리고 6가지 요인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지난번에 1)인(人)의 장막 2)복수심을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바로 집권 3년차에 찾아오는 4)총선 패배의 두려움 5)역사와 대화를 하고 싶은 욕망, 이 둘을 짚어보겠다. 지금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내년 4월 총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해있다. 패스트 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경우 범여권이 비례대표를 석권하면서 안정적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불씨를 살려놓긴 했으나 반대로 여권 내에서조차 선거법 개정이 어차피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만만찮다. 이번 총선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과거 몇몇 대통령들이 했던 것처럼 6)‘역사와 대화를 하려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뿌리내린 대통령’, ‘통일 대통령’으로 역사 교과서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이것은 ‘욕망’이 아니라 ‘환상’이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은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을 ‘폐기’하는 대신, ‘관리’하는 선에서 만족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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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깥은 무역전쟁 중, 대통령은 "우리 경제 성공 중"

중앙일보 2019.05.15. 00:08

 

대외 악재 덮치는데 소득주도 고집
기업 투자와 고용 늘릴 쇄신책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중소기업 행사에 참석해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와 현장의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2년 연속 중소기업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었다”는 등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격려성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담을 경제 최전선에서 떠안아야 하는 중소기업인들에게 얼마나 와 닿았을지 의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대내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도 긍정적 수치를 골라 인용하며 정책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밝혔다. 각료와 참모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내달라고 채근했지만, 잘못된 방향타에 의존해서야 목표점에 제대로 도달할지 걱정이다.


당장 미·중 무역 전쟁 수위가 높아지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일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린 데 대한 맞대응이다. 다음 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막판 타결을 시도한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후 협상’을 언급하는 등 장기화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무역전쟁의 후유증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경제 강국들이다. 양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6%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양국이 서로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면 첫해 양국 교역 규모가 25~3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교역감소의 직·간접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의 총수출이 연간 0.14%(8억7000만 달러)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국 갈등에 따른 투자 지연과 금융 불안 등의 간접 영향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여서 실제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걱정은 경제성장률이나 수출·투자·고용 등 거시 경제지표들이 두루 좋지 않은 가운데 이런 일이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2년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계속되며 경제를 책임질 기업들의 의욕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버스 파업에서 보듯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로 같은 정책들은 수혜자인 근로자로부터도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임금 인상 등 기업 옥죄기가 계속되며 지난해 한국을 빠져나간 기업은 3540개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의 한국 직접 투자(FDI)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넉 달 새 60원 이상 가파르게 오른 환율도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 저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무역전쟁 자체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유사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온전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비상하면 대책도 비상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도그마에 집착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투자와 고용을 늘릴 정책과 분위기 쇄신이 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