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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쓴 남성' 언제쯤 쉽게 찾아 볼 수 있을까요 [김기자와 만납시다]

바람아님 2019. 6. 9. 07:45

세계일보 2019.06.08. 14:01

 

양산의 장점 많다는데 / '양산 쓴 남성' 보기 힘들어 / 日, '남자도 양산 쓰자' 캠페인 / '대프리카' 대구시도 "양산 일상화" 외쳐
최근 국내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자가 양산 쓰면 이상하게 보이느냐”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누리꾼 A씨는 글에서 “날씨도 점점 덥고 햇볕도 쨍쨍해 양산 하나를 사려고 한다”며 “남자가 양산 쓰는 것에 대해 여러분 의견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죠. 글 쓰며 멋쩍어했을 A씨를 응원하듯 “남자도 더우면 당연히 양산을 쓸 수 있다”며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마시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과연 A씨는 양산을 샀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주저하고 있을까요.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근무지까지 땡볕 아래 걷는 10여분을 견디기 어려웠던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양산 하나를 마련했다.
독자 제공
◆“양산, 출퇴근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써요”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근무지까지 땡볕 아래 걷는 10여분을 견디기 어려웠던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양산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장 차림이라 모자를 쓸 수도 없다”며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갈 때도 양산을 쓴다”고 하더군요. 일각에서는 남자도 양산을 쓸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익숙한 일이 아닌 탓에 양산 구입을 망설였다던 김씨의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김씨는 오가는 인파 속에서 양산으로 튀어 민망하다면서도 “써보니 편하고, 여러모로 유용하다”며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를 수시로 발라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고 자랑했습니다. 양산이라고 꼭 여성스러운 제품만 있는 건 아니라면서 “어두운 색상, 우산으로도 겸용할 수 있는 양산도 있다”며 마치 ‘홍보 대사’라도 된양 남성들의 양산 사용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김씨의 사연을 접하기 전,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를 며칠간 다니며 양산 쓴 남성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양산=여성 전용’이란 고정관념을 깬 주인공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언제쯤 쉽게 찾아 볼 수 있을까요. 
 
대구시는 지난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외선 차단과 피부질환·탈모 예방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양산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대구시 제공
◆日, ‘남자 양산 쓰기 캠페인’…대구도 “양산 일상화” 외쳐
 
나고야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2도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폭염에 허덕였던 일본에서는 정부가 열사병과 온열대책 중 하나로 남자도 양산 쓰자는 캠페인을 최근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양산의 통념을 뒤집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환경성의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환경상(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남자도 양산을 적극 썼으면 좋겠다”며 캠페인 시행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학계와 공동 실험에서 양산만으로 체감온도가 3~7도 내려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환경성은 전국 백화점에 양산의 더위저감 효과 자료를 비치할 계획이라네요. 환경성 관계자는 “세련된 젊은이가 양산을 쓰는 ‘양산 쓴 남자’라는 용어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며 “남녀에 상관없이 양산을 쓰는 문화가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에게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익숙한 대구시도 자외선 차단과 피부질환·탈모 예방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지난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양산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습니다. 시 관계자 등은 시민들에게 양산과 물티슈 등을 나눠주며 “폭염 시 남녀 구분 없이 양산쓰기를 일상화하자”고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캠페인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안 그런가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