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8.06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엔도 호마레 '모택동―인민의 배신자'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2000년대 초 중국에서 몇 달 머물 때, CCTV 영어 채널에서 매주 방영하는 중국의 대표적 지성인·
문화인들의 일대기를 열심히 시청했다. 그런데 이 학자, 사상가, 예술가들의 생애에는 예외 없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후반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말할 나위 없이 문화혁명기인데 '문화혁명'은 언급하지 않았어도 그 인물들이 당한 고난은
간략하지만 분명히 서술했다. 그 대목에서 내레이터의 목소리는 가라앉는 듯했다.
중국인에게는 얼마나 부끄럽고 원통한 일인가!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은 공산혁명의 순수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자본가와 전통 계층을 숙청한다고 선언했지만
그 광기 속에서 지식인이 무수히 희생된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마오쩌둥이 젊을 때부터 지식인을 원수처럼 미워했다는 것은 엔도 호마레의 책 '모택동―인민의 배신자'를 읽고 알았다.
마오쩌둥은 젊었을 때 북경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를 했는데 그때 거기 드나드는 학생, 교수, 지식인들이 자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후 코민테른이 마오쩌둥을 별 볼일 없게 보아서 그는 중공중앙위원회
총서기 자리를 지식인 6명이 지낸 후에―자그마치 22년을 기다려서―차지했다.
이런 연유로 마오쩌둥은 신중국 탄생 이래 지식인을 박해하고 교육 제도를 파괴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쿠데타를 일으킨 후에 프랑스 등지에 유학 가 있던 지식인들에게 편지로
'우리 같이 새로운 (이상) 국가를 건설하자'고 초빙해서 그들이 귀국하면 공항에서 체포하고
국내에서도 교육 좀 받은 사람은 다 체포해서 말할 수 없는 고문 끝에 죽여서,
인구의 5분의 1에서 3분의 1을 없앴다고 추산된다.
지식인에 대한 야수적 증오가 좌파 권력의 속성일까?
인간이 동물보다 몇 배, 몇십 배 양육 기간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교육을 받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고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수는 한 마리가 터득한 기술이나 요령을 자기 새끼들이나 무리에게만
전파할 수 있지만 인간은 지식에 기반한 창의력으로 한 개인이 온 인류에게 혜택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에게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최고의 교육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
교육부가 이번에 서울시 8개교 등 자사고 10개교의 인가 취소를 확정해서
한국의 수월성 중등교육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국민의 지적 성장을 방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반역·이적 행위가 아닌가?
모택동 인민의 배신자 : 모택동은 왜 일본군의 진공에 감사했나 모택동이 일본군과 무슨 공모를 했고 어떻게 일본을 이용했는지를 중심으로, 인간 모택동 묘사를 통해서 중국 역사 속 또 하나의 제왕, 황제 권력을 추구했고 결국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잔악한 제왕의 권력을 갖기까지 그의 집념과 야망의 원류를 밝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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