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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지도자는 '불안한 선견력'을 가져야 한다

바람아님 2019. 8. 6. 08:08
디지털타임스 2019.08.05. 18:31

21세기 국제질서와 투키디데스 로버트 D. 카플란 지음/이재규 옮김 김앤김북스 펴냄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검투사들이 "숙련된 기술로 자신을 방어하지만 분노 때문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 말은 지도자들에게 감정을 통제하고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된다. 책은 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친구와 적을 잘 선택해야 하는데, 우선 냉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정치는 현실주의적 윤리에 기초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가간 관계도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맹자적 성선설이 아닌 순자적 성악설에 기초해야 뒷감당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금 국제관계 돌아가는 형세나 한·일 갈등 국면을 보면 세네카와 순자적 세계관이 맞아떨어지는 점을 알 수 있다.


책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의 말을 빌어 패권세력 아테네와 도전세력 스파르타의 충돌이 양측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진 데는 두려움과 이기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따라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것. 하나는 '불안한 선견력'이고 다른 하나는 '힘'이다. 지도자는 비관적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래를 내다보며 힘을 동원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고, 그래야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홉스적 만인 대 만인의 투쟁장 같은 21세기 국제질서에서 과연 국가와 국민의 보존을 위해 지도자들은 어떤 지적 무장을 해야 하는지 고대 투키디데스와 리비우스, 티베리우스, 손자로부터 마키아벨리, 홉스, 칸트를 거쳐 처칠에 이르는 교훈을 소개한다. 저자 로버트 카플란은 국제정치 전문지 '아틀랜틱'(Atlantic)의 유럽, 발칸반도, 중동 지역 특파원으로 25년간 활동했다. 민간 정보회사 '스트랫포'의 지정학 수석분석가도 역임했다. '포린 폴리시'는 그를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세계 100대 사상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리의 복수' '무정부시대는 오는가' 등 다수의 화제작을 썼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