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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고 질투하는 당신은 '本性의 포로'

바람아님 2019. 8. 3. 10:58

(조선일보 2019.08.03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진 이유는 시민들의 광적인 애국심 탓
자기도취 덫에 걸린 스탈린은 권력 확인하려 수십만 숙청


인간 본성의 법칙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이지연 옮김|위즈덤하우스|920쪽|3만2000원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발발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번영하던 아테네를

역사의 무대 밖으로 내쳤다.

이 결과를 먼저 알았다면 아테네는 결코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싸우지 말자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민주정치를 꽃피운 페리클레스가 그 목소리의 대표다.

페리클레스는 시민을 전쟁에 내몰기보다 아테네 건축과 문화 융성에 힘썼다.

하지만 페리클레스가 죽자 아테네인들은 스파르타의 동맹인 시라쿠사로 쳐들어갔다.

남의 소유를 빼앗고자 하는 탐욕, 아테네 능력으로 그럴 수 있다는 자만심이 이성의 목소리를 지웠다.

그 후 역사는 알려진 대로다.

광적인 애국심과 탐욕에 경도된 아테네에서 페리클레스가 내던 누스(nous·지성)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아테네는 거듭된 패전 끝에 스파르타에 무릎 꿇었다.

현대판 군주론이란 명성을 얻은 저서 '권력의 법칙'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린이 인간 본성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들고

귀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18개에 이르는 인간 본성을 열거한다.

카를 융, 쇼펜하우어,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이 거둔 성취를 책에 녹였지만, 탁월한 이야기꾼답게 이론보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저지르는 인간적 실수들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코코 샤넬은 시기심과 부러움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한 탁월한 사업가였다. 사진은 샤넬 매장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코코 샤넬은 시기심과 부러움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한 탁월한 사업가였다.

사진은 샤넬 매장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에 따르면 아테네의 패배는 아테네인들이 인간 본성 중 하나인 비(非)이성의 먹이가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성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고상한 경지다. 페리클레스가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격정의 포로가 된 민회장에선 결코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아테네를 위해 더 이로운 것'을 고민했던 그는 무엇이 더 이로운 선택인지를 두고 시민들과 토론했다.

하지만 의견 대립으로 감정이 격앙되면 집에 돌아가 며칠이고 은둔했다.

흥분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사 결정 과정에 감정이 침투하면 자문(自問)부터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한다.

"나는 왜 분노하는가?"라고 묻지 않는 자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쳐 놓은 감정의 덫에 걸린다.

무지와 자존심은 비이성의 좋은 먹이다.

감정에 휩쓸려서 내린 결정은 대개 자기 파괴적인 역풍을 초래하는데, 그 역풍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얼마든 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옛 소련 지도자 스탈린은 자기도취형 인간의 전형이다.

자기도취는 평소 아부에 노출되기 십상인 CEO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스탈린은 좀 더 교활했다.

그는 아부에 빠지기보다는 자신이 아부하는 스타일이어서, 대단한 친화력과 소박함을 무기 삼아 부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이런 노력이 영향력을 쥐려는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확고한 영향력을 갖게 되면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 동지와 부하를 해친다.

수십만 명을 숙청해 죽인 괴물이 그렇게 탄생했다.


코코 샤넬은 인간 본성을 꿰뚫고 있었기에 신화가 될 수 있었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샤넬은 새 상품이 나오면 매장에 깔기 전에 사회 최상위층 여성에게 무료로 샘플을 뿌렸다.

부자를 향한 시기심과 부러움을 자극하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 기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토이는 도덕적 자기도취에 빠져 아내를 불행으로 몰아갔고,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를 평생 시샘했던 제인 윌리엄스는 쇼펜하우어가 인간 본성의 하나로 꼽은

사덴프로이데(남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기쁨)에 빠져 친구와의 인간관계를 망쳤다.


곳곳에서 통찰이 빛나지만, 특히 리더라면 많은 사람이 숭배하는 대상을 무턱대고 따르는 동조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은 탁견이다. 리더는 집단 내에서 정보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소통되도록 권장하고 열린 소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좌진은 성격과 배경·생각 등이 다양한 사람들로 짜라고도 조언한다.

그래야 그가 이끄는 집단이 한 방향으로 폭주하지 않고, 애초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가 도출되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극심한 혼돈에 빠진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권력의 법칙 권력 경영기술 48
저자: 로버트 그린;주스트 엘퍼스/ 정영목/ 까치글방/ 2009/  504p
331.17-ㄱ567구/ [정독]인사자실/ = 대출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