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배가 멀쩡히 삼척항에 들어왔다. 북방한계선 넘은 지 57시간 동안 군(軍)은 몰랐단다. 국방부 장관이 머리 조아린 다음 날, 땅덩이 가로질러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괴한(怪漢) 소동이 났다. 일이 커질까 봐 장교가 엉뚱한 병사를 자수시켰다. 장본인은 다른 초소 근무병이었다.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기강 흐트러진 군을 왜 그리 이를까. 당이 고구려에 깨진 뒤로 생겨난 표현이라는 둥 말은 많은데 명쾌한 답은 없다. '당나라 당(唐)' 자 들어간 낱말 숱해도 실마리가 안 잡힌다. 당개나리, 당나귀, 당면(麵), 당모시, 당백사(白絲), 당선(船), 당오동(梧桐), 당침(針), 당혜(鞋)…. 본고장이든 거쳐 왔든, 대체로 중국에서 전했을 법한 것을 가리킨다. 唐은 아무튼 중국의 대명사 격이다. '당나라 군대'가 모욕이라며 저들이 눈 부라리면? 못 이기는 척 돌려 말하면 된다. 개판 5분 전.
씨름이 무승부 나서 다시 벌이는 판이 '개(改)판'이다. '개판 5분 전'은 그러기까지 옥신각신하며 어수선한 상황을 말한다는 설이 있다. 6·25 피란민 무료 배식 때 밥솥 판 여는 '개판(開板)' 직전 소란스러움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무질서하고 난잡함'을 뜻하는 '개판'이 이런 표현의 축약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접두사 '개'에 엉망진창이라는 뜻이 있어 '개판' 스스로 낱말 구실을 한다고 봐야겠다.
아무튼 이때 '개'는 집짐승 개[犬]가 아니다. 개꿈(황당한), 개떡(되는 대로 만든), 개살구(질 낮은), 개소리(당치 않은), 개죽음(허망한)처럼 여러모로 쓰는 접두사다. 애꿎은 견공 흉보다가는 개망신이다.
땅에서 개판이 벌어진 뒤 하늘에선 오싹한 일이 터졌다. 러시아가 공중조기경보기로 독도 영공(領空)을 넘나들었다. 중국 폭격기와 편먹고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휘저었고. 혹시 우리를 거시기로 아는 걸까. 唐 타령 하지 말라고 중국이 종주먹 들이댈지 모르겠다.
그런 꼴 안 보려면 안 되면 된다, 당나라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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