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흔히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과도한 냉방이나 무더위에 노출됐을 때 나타난다. 실내외 기온 차이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거나 장시간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떨어져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름철 급성 어지럼증은 뇌졸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혈액 점성이 높아지고 과도한 냉방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평소 혈관질환을 보유했거나 혈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급성 어지럼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장은 “여름철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때는 단순한 냉방병이나 온열질환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증상인지, 또 동반 증상은 없는지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알고 치료해야 한다. 어지럼증은 뇌졸중, 심근경색, 부정맥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원인일 수 있는 만큼 큰 병을 미리 막는다는 관점에서 내원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기립성 저혈압’ 역시 더운 날씨와 관계가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자세를 바꿀 때 순간적으로 현기증이나 어지럼증,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쪼그려 앉았거나 누워 있다 갑자기 일어날 때 흔히 발생한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때 자세에 변화를 주면 혈압에도 급작스러운 변동이 생긴다.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 박종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평소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고 있다면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질 때는 겨울 못지않게 혈압을 항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지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귀가 먹먹하고 잘 안 들린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 청력 저하, 이명, 귀 먹먹함을 주 증상으로 하는 귀 질환이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달팽이관 속 림프관에 이상이 생기는 ‘내림프수종’과 알레르기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김민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이비인후과 교수는 “여름철 외부 기압이 낮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내이의 압력이 심해진다. 또 습도가 높을수록 음속이 높아지는 현상도 메니에르병이 악화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습하고 기압이 낮아지는 여름과 비 오는 날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한 질환인 만큼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적인 어지럼증으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오정훈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귀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급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우선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귀에 문제가 없는데도 어지럽다면 뇌 문제일 수 있으므로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1호 (2019.08.14~2019.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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