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9.09.24. 23:20
미 육군 일병 윌프레드 허시 주니어, 상병 윌리엄 윈체스터, 미 해병대 일병 그래디 크로퍼드….
문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7일 간담회에서 “역내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지소미아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내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은 데이비슨 사령관이 인도·태평양사령부 도전과제로 중국을 꼽으면서 쓴 표현이다. 한·미·일 안보공조가 ‘즉각적 위협’인 북한을 넘어 중국을 포괄하고 있음을 뜻한다. 동서문화센터 데니스 로이 수석연구원은 “안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한국 측에 지소미아 파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동맹이 잘 작동한 경우는 ‘주적’이 같을 때다. 공동의 적에 맞서야 서로의 국익이 보장된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 북·중은 한국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함께 총부리를 겨눈 적이었다. 남북관계를 최우선으로 삼는 문정부가 북을 ‘즉각적 위협’으로 보는 미국과 긴밀하게 손발을 맞출 수 있나.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않겠다는 ‘3불(不)’ 원칙을 천명한 문정부가 중국을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으로 상정한 미국에 협조할 수 있나. 미 당국자들 사이에 이런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미동맹 균열은 불가피하다. 현지에서 만난 어느 안보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북·중에 편향된 건 아니다’라고 두둔하는 미측 인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공개적으로 “남북관계 최대 걸림돌은 유엔군사령부”라고 얘기하는 판에 누가 나서겠나.
문정부의 핵심인 운동권 세력은 한·미동맹을 미국의 지정학 전략에 따른 부산물 정도로 본다. 대중국 포위라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과연 그럴까.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동맹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고 돈타령을 한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줄였다. 트럼프는 자신 또는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해를 위해 동맹 가치를 부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 현실주의 외교전략가들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동맹은 재구성돼야 한다고 여긴다.
문정부의 친북·자주노선과 트럼프정부의 머니(money)노선은 66년 역사의 한·미동맹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문정부가 서두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또한 살아 있는 뇌관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입지를 굳혀가고 중국은 노골적으로 팽창전략을 펴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인데 한·미동맹은 흔들린다.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느는 게 당연하다. “조국(曺國)보다 조국(祖國)이 걱정”이라는 지인의 말이 맞다. 조국 없는 나라는 멀쩡해도 동맹이 불안한 조국은 무사할 리 없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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