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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묵의 아웃룩] 현 정부 정책 실패의 다섯 가지 이유

바람아님 2019. 10. 2. 11:39

(조선일보 2019.10.02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인사조직전공))


문제 인식 오류로 기업 규제와 우방국에 적대 정책 사용
시간강사법과 최저임금은 과다한 국가 개입 오류
스웨덴 모델 삼으면서 생산성과 높은 세금은 외면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인사조직전공)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인사조직전공)


집권 2년을 넘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그 의도와 관계없이 의사 결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제의 인식과 원인 분석, 대안 탐색, 대안 평가와 선택, 실행, 결과 평가와 피드백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무지와 집착 등으로 국가 차원의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범하고 있는 정책 실패의 이유를 다섯 가지 나눠 설명해보려고 한다.


첫째, 문제가 심각한데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

암에 걸린 사람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죽은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보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동북아 질서가 크게 바뀌어서 국가 안보 큰 위협이 있는데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우방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데도 국가가 개입할 문제로 인식하는 오류도 범한다.

정부 주도로 경제성장을 해 왔고,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오류가

아주 자주 발생한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국가가 개입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시간강사 한 사람이 신변 비관 자살을 해서 시간강사처우개선법이 만들어졌는데,

시행 결과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는커녕,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결과가 나온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 박사 과정을 마치는 것도 어려워져서 학문 후속 세대를 배출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시장에 맡겨두면 시간강사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개입해서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


최저임금을 정부에서 정하는 것도 유사한 문제이다.

가만히 두면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이유로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만큼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나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상으로 대폭 올리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전락한다.

정부가 사회보장으로 채워줘도 스스로 버는 것만큼 소득이 늘지 못하고 행복감도 대폭 떨어진다.

취약 계층을 위한다는 정책이 취약 계층을 실업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셋째, 비교 국가를 잘못 선택하고 그 나라의 일부만 모방하는 오류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스웨덴을 모델로 삼는다. 소득수준도 높고 소득 분배의 불균형도 낮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를 모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모델 국가의 전체 모습을 모방하지 않고, 극히 일부 요소만 모방하려 할 때 오류가 발생한다.

국가의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인데 그중에 하나만 모방해서 목표 수준을 높이면 부작용이 생긴다.

북구 유럽 국가의 경우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다수의 기업과 산업을 가지고 있다.

국민 간의 신뢰,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도 높다.

노동시간이 짧아도 별문제가 없다.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금을 많이 거두어도 별문제가 없다.

고소득자만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세금을 많이 내고 모두가 정부 복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국가, 기업, 개인들의 경쟁력과 생산성은 고려하지 않고 그런 나라들의 짧은 노동시간,

큰 복지만 모방하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이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이 별로 없다.

그런 것은 고려하지 않고 일본보다 적게 일하고 더 높은 최저임금을 주자고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전체 근로자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이념에 매몰되어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그 결과 잘못된 정책을 채택한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은 이유가 국민의 가처분 소득이 낮기 때문이니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서 경제성장률을 높여 보자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작은 기업에 불리하니, 경제 민주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여보자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론이나 실증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그것에는 눈을 감고 이념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서 큰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다섯째, 단기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방치하면 미래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경시하는 오류도 자주 범한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대증요법만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각종 연금의 고갈, 건강보험의 적자 확대,

국가 부채의 급속한 증가이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다른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는 핵심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지지율 하락도 감수하는 대대적인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나라가 큰 병에 걸려 있는데도 그 병을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대증요법에만 전념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