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10.09. 00:06
2017년 5월 동시에 국가수반의 자리에 올랐다. 임기도 똑같이 5년이다. 둘 다 반환점을 코앞에 뒀다. ‘경제 개혁’의 기치를 내건 것 또한 공통점이다. 하지만 작금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한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개혁의 모델이 됐고, 다른 한쪽에서는 ‘R(리세션·경제 침체)의 공포’니, ‘D(디플레이션·경기 부진에 따른 물가 하락)의 공포’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두 나라는 바로 프랑스와 한국이다. 근래 들어 프랑스는 ‘유럽의 병자’라 불렸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렸다. 개혁 시도는 번번이 강성 노조에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의 반발을 넘어 경제 개혁을 밀어붙였다.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투자 담당으로 일했던 마크롱은 개혁의 초점을 철저히 시장과 친기업에 맞췄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해고와 고용을 쉽게 했다. 강성 노조들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실업자가 늘어난다”며 극렬히 반대했다. 결과는 거꾸로였다. 해고 부담이 줄자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대폭 늘렸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정규직 비율은 최고로 치솟았다. 마크롱은 수시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개혁의 동력을 얻었다. 지금은 공공 일자리를 줄이는 정부 구조 혁신을 추진 중이다.
마크롱의 경제 개혁 리더십은 유럽의 병자를 병상에서 일으켜 세웠다. 올해 프랑스의 성장률은 경제 강국 독일을 웃돌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수의 언론들은 일제히 마크롱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대규모 ‘노란 조끼 시위’로 20% 초반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최근 38%까지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크롱과 거의 정반대 노선을 걸었다. 법인세율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바꿔 노동 유연성을 떨어뜨렸다. 국민과의 소통은 가물에 콩 나듯 했다. 공무원은 17만 명 늘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어찌 됐나. 투자는 부진하고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며 성장률은 떨어졌다. 기업들이 보따리 싸들고 해외로 나가는 ‘투자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소득 양극화는 심해졌고 중산층은 갈수록 줄어든다. 경제·민생과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어제 32% 조사가 나오며 하락 일로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가던 길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마크롱식 개혁은 외면하는 듯하다. 그래서 얻을 건 국민의 허덕임뿐이다. 프랑스의 부활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만 도그마처럼 끌어안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마크롱의 경제 개혁 리더십을 받아들여 과감히 경제 기조를 수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경제는 진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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