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2019.10.19 00:20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세 사람이 걸어갈 때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꼭 세 사람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두 명이면 어떻고, 열 명이면 어떤가. 언제 어디에서나 내가 본받을 스승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만큼 교만을 경계하고 겸손을 권하는 경구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엔 3년 내내 한문 시간이 있었다. 그때 수업 시간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되새겨진다. 요즘 학교에 한문 수업이 없어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에티켓
나를 가르칠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
좋고 나쁨을 놓고 너무 남 탓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하는 얘기다. 다른 사람의 좋은 것을 보면 깎아내리고, 나쁜 모습을 확대 비난하는 풍조가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지 않은가? 좋고 나쁨을 서둘러 낙인찍듯이 과장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고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면 좋겠다. 좋고 나쁨에 대한 경험을 모두 나의 덕을 쌓는 공부의 소재로 삼았던 옛 지혜를 되새겨봤으면 한다. 공자님 말씀이 좀 거북하다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축구 선수 손흥민이 공자나 소크라테스를 공부했는지는 모르겠다. 최근 인터뷰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런 공부를 한 사람보다 더 대견해 보이는 표현이 나온다. 세계적 스타라서 그런가, 축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도 잘하는 것 같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이색적인 ‘무관중·무중계 축구’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소감이 차분하다. 휴대폰조차 휴대하지 못할 정도로 통제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손흥민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좋았고, 휴대전화가 없어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 밖에 부상을 안 당하고 돌아온 것만도 다행이란 말도 했다. 프로 선수들은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다. 이런 표현은 실제 있었던 상황 그대로의 진술일 수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거쳤지만, 그가 스스로 흥분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격동시키지 않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휴식과 대화를 이야기한 것은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으로 보인다. 유럽의 축구 클럽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일종의 ‘인터뷰 기술’일 수도 있겠다.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 도움 되는 에티켓이라면 한번 배워볼 만하지 않은가. 우리의 일상을 한번 돌아보자. 잠 잘 자고, 함께 있는 동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그렇게 많은가?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스승은 언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배움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처럼 축구하면서 느낄 수도 있고, 방탄소년단(BTS)처럼 노래하면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사람이 걸을 때 스승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와 달리 호랑이 만들기를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문구인데,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안 좋은 뜻으로 쓰였다. 거짓말을 한 명이 할 때는 잘 안 믿지만 두 명, 세 명이 계속 이어서 거짓말을 하면 마치 참말인 것처럼 믿게 된다는 의미다.
거짓말을 경계하라는 문구인데,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만드는 호랑이는 ‘좋은 호랑이’라고 하면서, 자기 진영을 강화하는 전술로 활용하는 것이다. ‘삼인성호’와 유사한 해외 사례로는 아마 히틀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투쟁』을 관통하는 선전선동의 메시지는 거짓말을 쉬지 말고 계속하라는 것이다. 나쁜 것은 더 잘 배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축구 선수 손흥민이 공자나 소크라테스를 공부했는지는 모르겠다. 최근 인터뷰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런 공부를 한 사람보다 더 대견해 보이는 표현이 나온다. 세계적 스타라서 그런가, 축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도 잘하는 것 같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이색적인 ‘무관중·무중계 축구’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소감이 차분하다. 휴대폰조차 휴대하지 못할 정도로 통제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손흥민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좋았고, 휴대전화가 없어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 밖에 부상을 안 당하고 돌아온 것만도 다행이란 말도 했다. 프로 선수들은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다. 이런 표현은 실제 있었던 상황 그대로의 진술일 수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거쳤지만, 그가 스스로 흥분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격동시키지 않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휴식과 대화를 이야기한 것은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으로 보인다. 유럽의 축구 클럽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일종의 ‘인터뷰 기술’일 수도 있겠다.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 도움 되는 에티켓이라면 한번 배워볼 만하지 않은가. 우리의 일상을 한번 돌아보자. 잠 잘 자고, 함께 있는 동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그렇게 많은가?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스승은 언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배움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처럼 축구하면서 느낄 수도 있고, 방탄소년단(BTS)처럼 노래하면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사람이 걸을 때 스승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와 달리 호랑이 만들기를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문구인데,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안 좋은 뜻으로 쓰였다. 거짓말을 한 명이 할 때는 잘 안 믿지만 두 명, 세 명이 계속 이어서 거짓말을 하면 마치 참말인 것처럼 믿게 된다는 의미다.
거짓말을 경계하라는 문구인데,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만드는 호랑이는 ‘좋은 호랑이’라고 하면서, 자기 진영을 강화하는 전술로 활용하는 것이다. ‘삼인성호’와 유사한 해외 사례로는 아마 히틀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투쟁』을 관통하는 선전선동의 메시지는 거짓말을 쉬지 말고 계속하라는 것이다. 나쁜 것은 더 잘 배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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