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의 여러 버전 중에 "내래 로케트로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갔어"가 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낀 티끌을 탓하는 원뜻과 다르지만 북핵을 생각하니 섬뜩하다. 그래서 내로남불은 이래저래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공산주의자와 맑스레닌주의 교육을 받은 우리 사회 좌파의 공통점은 '나만 옳다'는 무(無)오류의 신념화이다. 이는 레닌주의 학습에 기초한다.
첫째, 유능한 당이 무지몽매한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는 '전위당'(vanguard party) 이론이다. 맑스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이를 철저하게 신봉한 레닌은 후진적 농업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러시아의 현실에 좌절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 때까지 자본가의 압제를 견디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직업혁명가 전위당이 국민을 계몽해 인위적으로 혁명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맑스레닌주의 추종자들은 근본적으로 국민은 무식하고 자신은 엘리트라는 신념을 갖게 된다.
둘째,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복종하는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 이론이다. 레닌은 이를 '결정 전 토론의 자유와 결정 후 행동의 통일'로 개념화하고, 스탈린은 '모든 당기관의 선거제, 정기적 보고제, 다수에게 소수의 복종, 상급 결정에 대한 무조건적 구속성'으로 당규약에 공식화했다. 그러나 민주적 의사결정기구라는 소비에트의 토론과정은 형식화되어 상부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결정은 민주적 토론과정을 거친 완벽한 결론으로 미화되었다. 그래서 말단에서 최상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과 행동은 민주적으로 계획하고 집중적으로 집행된다는 외피를 쓰게 됐다. 그 과정의 결함은 보지도 않은 채 그 결정은 늘 옳다는 무오류성 신화가 생겼다.
이런 생각은 과거 맑스레닌주의를 학습하고 인사청문회에서 지금도 사회주의자라 밝힌 조국 전 장관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는 자신도 전위당처럼 선도적 엘리트이며, 무지한 국민은 계몽 대상이며, 자신의 결정은 주도면밀한 조사와 판단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무오류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자신이 모든 법률의 유권해석까지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북한도 우리 사회 좌파도 '나만 옳다'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험적으로 세게 우기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북한 언론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억척불변의 신념을 간직하고 그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갈 굳은 결의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10월 10일 노동신문 사설에도 이 말이 등장했다. 무지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결정만을 무조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위당 엘리트 좌파의 눈에 국민은 근본적으로 어리석은 존재이고, 이를 추종하는 국민은 스스로 '그 누구도 모른다는 신념'을 간직해야만 한다. 그래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함께 주장하면서도 이 구호들의 상호 모순성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다. 북한에서 유소년들이 미제 척살을 노래하듯이 어린이들이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를 합창했던 것이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자기애성격장애(NPD)를 가져온다. 과대망상증에 빠진다. 레닌이 죽자 스탈린은 '무오류의 혁명가'로 우상화되고 '일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을 정당화한 '무오류의 수령론'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좌파엘리트의 무오류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대다수는 무지몽매하지 않았다. 무오류는 자유의 적이고. 조국 사퇴는 국민의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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