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곳간 썩는다” 황당 발상
與野는 세금 퍼주기 買票 경쟁
국민은 포퓰리즘 중독증 심화
南美 국가들에 한국 미래 투영
칠레에선 ‘보조금 금단’ 현상
볼리비아에서는 대통령 축출
2020년도 예산과 편성·심의 과정을 보면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내년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둔 시점이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세금으로 생색 내기 경쟁이다. 법정 시한(12월 2일)을 닷새 앞둔 27일 국회의원들 머릿속에는 성공적인 매표(買票) 방법론에 대한 고민뿐이다. 그러다 보니 예산 증액 규모는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본질적 내용 측면에서도 중대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근본적 문제는 현 문재인 청와대의 얄팍한 경제철학이 제공했다. 국가 재정(국민 세금)과 관련, “곳간에만 쌓아두면 썩는다”(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는 인식은 포퓰리즘의 핵심 논리다. 맞는 듯 아닌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에게 던진 사탕발림과 다름없다.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헛바퀴를 돌자 달리 동원 수단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경제 당국의 선택지는 결국 차기 정부나 미래 세대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이기주의로 향했다.
포퓰리즘의 최대 함정은 한번 준 돈은 뺏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포용국가’를 핵심 기치로 내건 만큼 복지 지출은 역대 최고다. 경제 구조를 개혁하거나 재생산에 도움되지 않는 방향에서의 곳간 나눠 갖기, 국가 부채 활용은 현금 탕진으로 귀결되고 나중에 손에 쥐는 현금이 없다는 점은 알리지 않는다. 이런 ‘문재인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남미 국가들의 현재와 과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뒷감당을 못 할 정도로 돈을 쏟아부은 정권의 말로는 분명하다. ‘포퓰리즘→국가 재정 부담→세금 인상→중산층 붕괴→양극화·불평등 심화’의 연쇄 작용은 하나의 공식이다. 민중의 환심과 표를 사기 위해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국가 재정의 감당 수위를 넘어서고 결국 재정 파탄과 국가 부도를 막고자 불가피하게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 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은 몰락하고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인과구조다. 대다수 국가는 곧 시위, 폭동에 직면한다.
최근 남미·남유럽·북아프리카·중동 지역 20여 국가에서 벌어진 시위 역시 양극화,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탓이다. 촉발제는 달라도 진원지는 비슷하다. 좌·우파 정권을 불문하고 뿌리 깊은 포퓰리즘·현금 중독의 금단 증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 유가 보조금 폐지에 반대하는 에콰도르, SNS 과세 정책 논란에서 번진 레바논 시위 기저에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유화, 무상복지, 무상교육 정책을 펴온 데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경제 파탄에 직면했다. 집권욕이 과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축출된 데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 부정부패로 인한 민심 이반 가속화가 작용했다. 볼리비아가 천연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국민의 30%에 현금으로 뿌려졌고 모랄레스 정권에서 재정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쫓겨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일부 원주민 세력이 남아 있는 이유는 그만큼 포퓰리즘의 중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남유럽은 재정 위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연쇄 고리를 거꾸로 되짚으면 가야 할 길은 분명히 나온다. 포퓰리즘이라는 망국의 늪에 첫발을 내딛지 않는 일부터 중요하다. 표를 돈으로 사려는 시도나 욕구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친시장 개혁을 가속화했다. 노동개혁과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가 살아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로존에서 가장 탄탄한 재정을 갖추고 흑자 예산을 보유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압력에도 재정 확대에 선을 그었다. 독일은 1990년대 중반 재정 위기 뒤 헌법에 ‘부채 제동(debt brake)’조항을 넣었다. 빚은 죄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2016년부터는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한다.
한국은 딴판이다. 내년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선을 넘는다. 대규모 국채 발행 예고에 벌써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라도 잘못의 시작인 ‘곳간 분배론’을 접고, 가공된 통계와 억지 해석으로 정당화에 매달리지 말고, 경제 혼란을 초래한 기조를 수정해 시장 활성화와 노동개혁에 매진해야 할 때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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