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04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한(漢)나라 무제(武帝)는 54년에 이르는 재위 기간 동안 부국강병을 통해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전성기를 이룬 군주다. 하지만 진시황과 마찬가지로 점점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추구했고
심지어 스스로 신선(神仙)이 되고자 했다. 그 바람에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의 무리들이
벼락출세를 했다. 이소군(李少君), 소옹(少翁), 난대(欒大) 등이 대표적이다.
이소군은 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내면 기이한 물질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있어야 단사(丹沙·수은으로
이루어진 황화 광물)로 황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황금으로 식기를 만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그러면 신선을 만나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무제를 현혹했다. 이소군은 병으로 죽어 극형은 면했다.
소옹은 이미 죽은 사람과 통할 수 있다는 방술(方術·방사가 행하는 술법)을 들고 나와 무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문성(文成) 장군의 칭호를 받고 부귀를 누렸다. 그러나 그가 장담했던 신선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소옹은 비단에 글을 써서 소에게 먹인 다음 배를 갈라 그 글을 무제에게 보여 어떻게든 거짓 술책을
이어보려 했으나 글 자체가 소옹의 것임을 알아챈 무제에 의해 처형됐다.
난대의 특기는 말재간과 허풍이었다.
이에 혹(惑)한 무제는 그를 오리(五利) 장군에 임명하고 공주를 출가시키기까지 했으나 당연히 신선을 만나볼 수 없었다.
무제는 난대뿐만 아니라 그를 추천한 고위 관리까지 함께 처형했다.
마침내 한때 1만명을 넘었던 방사들은 숨죽이게 됐다.
무제가 더 이상 미혹당하지 않고 민생 안정에 힘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정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미혹에 가까운 맹목적 변호를 보고 있노라면 무제의 신선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친(親)정권 인사들이 남북 문제에 대해 쏟아내는 말 또한 딱 방사 수준이다.
명말청초의 학자 왕선산(王船山)은 이런 촌평을 남겼다.
"무제가 신선이 되고자 하는 뜻이 사라지면서 아첨하는 이들도 없어졌다.
상벌이 분명하면 간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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