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소득주도빈곤…한국은 과거 성공 낭비하고 있다"/[김기천 칼럼] '캘리포니아 섬'과 소득주도성장

바람아님 2019. 12. 10. 07:34

"소득주도빈곤…한국은 과거 성공 낭비하고 있다"

한국경제2019.12.09 17:33

세계적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美 하버드대 교수 특별기고

경기 침체에 빠져드는 한국
성장률 저하는 수출 감소 아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탓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문을 한국경제신문에 보내왔다. 사진은 배로 교수가 2014년 6월 2일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하는 모습.  한경DB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문을 한국경제신문에 보내왔다. 사진은 배로 교수가 2014년 6월 2일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하는 모습. 한경DB


세계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한국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squander)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존의 모든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정책은)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이라고 칭하기보다는 ‘소득주도빈곤(income-led poverty)’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배로 교수는 8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에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생각(Thoughts on income-led growth)’이란 제목의 특별기고를 보내 “한국 경제가 취약하고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로 교수는 매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석학으로,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을 연구했으며 2003년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기도 한 지한파 학자다.

"소득주도빈곤…한국은 과거 성공 낭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10개국과 비교하며 투자와 성장이 안 되는 이유로 수출 감소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을 꼽았다.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단기 공공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 기업 및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모두 지목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이 1950년대 후반부터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전체적 경제 성장이었다”며 “이런 (포퓰리즘)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현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가장 좋은 건 실행된 모든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을 중단하고 기업 등에 대한 세율 인상은 취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짜고 있는 데 대해서도 “상품에 대한 총수요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정책, 즉 일종의 거대한 ‘케인지언 실험’을 하고 있다”며 “잘못된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과도한 재정확장은 결국 실패할 것 …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되돌려야"
로버트 배로 美 하버드대 교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생각' 한경에 특별기고


“한국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집행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에 기인한 정책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경제신문에 보내온 특별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그의 기고문엔 한국 경제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흠뻑 묻어 있었다.

기고문은 당초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기자는 한국을 잘 아는 석학인 배로 교수에게 지난달 19일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틀 뒤 답장이 왔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정부 정책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나는 한국경제신문이 제안한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보내달라.”

질문지를 작성해 보낸 뒤 한참 동안 연락이 없었다. 8일(현지시간) 이메일로 도착한 것은 기고문이었다. 제목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생각(Thoughts on income-led growth)’.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실행된 모든 것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그건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을 중단하고 이전 인상분의 일부를 환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 등에 대한 세율 인상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배로 교수의 기고문 전문.


한국 경제는 취약하고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대략 1.8%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최근 수십 년간 한국의 높은 성장률과 비교할 때 가파른 하락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총고정투자의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이는 2019년 한 해만 해도 전년보다 4%가량 줄어들었다. 이런 투자 위축은 경제를 어둡게 전망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지표며,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10개 국가를 비교 대상으로 살펴봤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과 베트남 등이다.

한두 부자 국가를 빼면 대부분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이들 10개국의 2019년 추정 평균 GDP 증가율은 4.0%고 추정 평균 총고정투자 증가율은 3.5%다. 한국은 이들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GDP 증가율에서 일본과 싱가포르를 앞설 뿐이고, 총고정투자 증가율은 맨 밑바닥에 있다.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저조한 수출도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19년 이들 10개국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0.8%다. 한국은 -1.8%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 감소를 한국의 비관적 성장 전망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만으론 왜 한국이 GDP 증가율과 총고정투자 증가율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수치에 훨씬 못미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제 전망이 이웃 아시아 국가보다 눈에 띄게 나쁜 걸 설명하려면 한국 정부의 대중인기영합적(포퓰리즘)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는 노동시장에 대한 현명하지 못한 규제(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제한 등), 복지 지출의 확대(단기 공공 일자리 확대 포함), 그리고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이 포함된다. 이런 정책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투자와 생산성 및 경제 성장을 전반적으로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1950년대 후반부터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자에서 빈민으로 소득 재분배를 한 데서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 경제 성장이 원동력이었다. 이를 상기한다면 현재 이런 정책(포퓰리즘 정책)이 시행되는 현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게 놀라웠던 경제적 성공은 지금 ‘흥청망청 낭비(squander)’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정책을 ‘소득주도성장’이라 칭하기보다 ‘소득주도빈곤’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 로버트 배로 교수의 기고문 영문본 전문

다음은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가 ‘Thoughts on income-led growth’라는 제목으로 한국경제신문에 보내 온 기고문 영문본 전문


The South Korean economy is weak and may be slipping into a recession. The projected GDP growth rate for 2019 is around 1.8 percent, the lowest in 10 years and sharply below the high average growth rates over the longer history. Particularly noteworthy is the negative growth rate of gross fixed investment—around -4.0% per year for 2019. This contraction of investment is a clear indicator of weak economic confidence and a sign of possible recession.

A fair way to assess South Korea’s macroeconomic situation is to compare with other Asian economies. I looked at a group of ten, some richer but mostly poorer than South Korea. The group includes China, India, Indonesia, Japan, Malaysia, Philippines, Singapore, Taiwan, Thailand, and Vietnam. The average of projected growth rates of GDP and gross fixed investment for 2019 for this group of ten are 4.0% and 3.5%, respectively. South Korea is well below these averages, surpassing only Japan and Singapore for GDP growth and coming in at the bottom for the growth of gross fixed investment.

It’s true that weak growth of exports is a contractionary factor throughout Asia—the average growth rate of exports for 2019 for the ten countries is 0.8%, only moderately above South Korea’s value of -1.8%. In this respect, South Korea does better than Indonesia, Japan, Singapore, and Thailand, which range from ‑2.0% to -2.8%. one way to look at these results is that South Korea can reasonably blame part of its weak current growth outlook on an export decline. However, this argument does not explain why South Korea is doing so much worse than the average of its Asian counter-parts in terms of growth rates of GDP and gross fixed investment.

To explain why South Korea’s outlook is notably worse than that of its Asian neighbors, one has to look at South Korea’s populist policies. These interventions include unwise restrictions on the labor market (in the forms of sharp increases in the minimum wage and ceilings on hours worked), expansions of welfare spending (including increases in “temporary” public-sector jobs), and increases in tax rates on businesses and high-income individuals. It’s all a recipe for discouraging investment, productivity, and economic growth more broadly. The situation is especially unfortunate because broad economic growth—rather than redistributions of income from rich to poor—has been the reason that millions of people in South Korea moved out of poverty since the late 1950s. Now this wonderful success is being squandered. Instead of referring to its policies as “income-led growth,” the government should be using the term, “income-led poverty.”

■ 노벨경제학상 단골 후보…서울대서 강의한 '지한파'
로버트 배로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로 매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 경제학자다.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해왔다.

101개국 경제학자들이 협업해 제작한 경제학 전문 웹사이트 ‘경제학 연구논문(RePEc: Research Papers in Economics)’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4위’에 올라 있다.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신고전주의 거시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1974년 발표한 ‘정부 채권은 순재산인가’라는 논문에서 ‘합리적 기대이론’의 기틀을 제시했다. 경제 주체들이 미래 조세부담을 예상하고 현재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재정지출은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론이다. 지금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한국의 금리, 경제발전 등을 연구했고 외환위기 직전 포스코연구소 초청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2006, 2007년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글로벌 인재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1944년 미국 뉴욕 출생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브라운대, 시카고대, 로체스터대 교수 △미국경제학회 부회장 △뉴욕연방은행 고문 △세계은행 자문역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미국기업연구소(AEI) 객원연구원 △하버드대 ‘분기경제학저널’ 공동편집인

정리=김현석 뉴욕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김기천 칼럼] '캘리포니아 섬'과 소득주도성장

조선비즈 2019.12.10. 06:03
   

대항해 시대에 스페인이 만든 신대륙 지도에는 한때 캘리포니아가 섬으로 나오기도 했다. 스페인 탐험대가 1635년 워싱턴주(州) 북서부에서 내륙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 퓨젓사운드 만(灣)을 발견한 이후의 일이다.

스페인 탐험대는 이전에 발견했던 바하칼리포르니아(캘리포니아 남쪽에 길게 뻗어있는 반도)와 내륙 사이의 바다와 퓨젓사운드 만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1630년대 중반부터 1700년대 초반까지 스페인 등에서 만든 북미 대륙 지도에는 태평양 연안에 길쭉하고 거대한 섬이 자리잡고 있다.

원주민을 찾아나선 스페인 선교사들도 그 지도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몬테레이 지역에 상륙한뒤 배를 분해해 노새 등에 실었다. 섬 동쪽의 바다를 건너 내륙으로 가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도가도 바다가 나오지 않았다. 높고 험준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네바다 사막 한복판까지 간 뒤에야 그곳이 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중에 선교사들은 스페인 지도 제작자에게 지도가 틀렸다고 항의하는 편지를 썼다. 지도 제작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 당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었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후 스페인 지도가 수정된 뒤에도 영국에선 1700년대 초반까지 잘못된 지도가 만들어졌다. 그 제작자는 "캘리포니아 섬을 한 바퀴 돌았다는 스페인 선원들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범선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며 어렵게 수집한 단편적인 정보에 상상력으로 덧칠을 했던 시절의 일이다.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잘못이고 해프닝이었다. 그로 인한 피해도 별로 없었다. 선교사들이 헛고생을 하며 골탕을 먹은 정도였을 것이다. 반면 정부가 엉터리 지도에 의지해 국정을 이끌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친(親)노동 성향의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 하위 10%와 상위 10%의 격차가 5.39배로 작년(5.04배)보다 커졌다.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인 저임금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7.9%에서 올해 21.6%로 크게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올해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 격차는 143만6000원으로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8월 기준으로 정규직 숫자는 1년 전보다 35만3000명 줄었고,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늘어났다. 3분기에 하위 20% 가구가 일해서 번 근로소득은 전분기보다 2만6000원 줄어들며 7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엉터리 지도의 잘못된 안내를 맹신한 탓이 크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 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저임금 근로자가 집중적인 타격을 입고 소득 불균형도 커졌다. 마차(소득)가 말(성장)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착각이 부른 정책 참사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정부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강력한 대책들이 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뛰어올랐다. 서울은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했다.

집값을 잡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서울 집값 그중에서도 강남 아파트 가격을 억누르려다 사달이 났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똑똑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리며 서울 강남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격차가 급속히 확대됐고 대다수 서민이 심각한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거나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는 캘리포니아 섬을 한바퀴 돌았다는 스페인 선원들만 모여 있는 모양이다. 대부분 전문가와 국민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청와대는 섬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항해 시대의 신대륙 탐사라면 그래도 별 문제 없다. 하지만 국정 운영에서 엉터리 내비게이션을 믿고 질주하다가는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누가 봐도 최상위 0.1%나 1% 계층을 위한 정부는 아니다.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과 고용,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잘못된 처방으로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대신 공공부문과 대기업 종사자, 전문직 및 고소득 자영업자, 서울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이 수혜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상위 10%를 위한 정부가 됐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소득 불균형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확대됐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결과가 나쁘면 무슨 소용인가. 선의(善意)를 가지고 정책을 폈다고 변명하기에는 중간 성적이 너무 참담하다.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낡은 이념도 떨쳐내야 한다. 그래야 ‘남미형 경제’의 파국을 피할 수 있다. 이제라도 ‘캘리포니아 섬’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부합하는 새 지도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