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미니정보: 팔라디아니즘(Palladianism)이 미국과 영국에 끼친 영향

조선비즈 2019.12.10 05:00

16세기 비첸차와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는 그의 사후 많은 추종자를 낳았고,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서구의 대표적 건축양식과 이론으로 확산된다.

이를 가리켜 팔라디아니즘(Palladianism)이라 부르며, 팔라디오가 고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을 계승하였기에 두 사람을 한데 묶어 비트루비우스-팔라디오 건축 양식이라고도 불린다.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유럽전역과 신대륙 미국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사진=위키피디아

팔라디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가 영국이다. 건축가 이니고 존스는 그랜드투어를 통해 팔라디오를 알게 되고 그를 정신적 지주로 여기게 된다. 1750년 ‘파렌탈리아’라는 책에 실린 글이 이를 대변한다.

"제임스 1세의 통치가 끝나고 그의 아들의 시대가 시작할 즈음 영국건축은 프랑스를 거치지 않고 이탈리아에서 직수입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상태였던 이 시기의 영국 건축에 있어서 이니고 존스는 천재 예술가처럼 나타나 밑바탕을 다졌다. 이니고 존스는 위대한 대가 팔라디오와도 어깨를 겨룰 만하게 되었다."

이니고 존스가 1616년 영국 그리니치에 세운 ‘퀸스하우스’. 영국 내 최초의 팔라디오 방식의 건축으로 기록된다./사진=위키피디아

건축작품뿐 아니라 이니고 존스의 또 다른 업적은 팔라디오를 중심으로 하여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그림과 도면을 개인도서관에 수집한 점이다.

또 스코틀랜드의 건축가 콜린 캠벨은 팔라디오를 가리켜 "자신의 앞에 있었던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건축가"로 인정하며 영국에 팔라디아니즘이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한편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건축양식이 유럽 대륙과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건축양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는 훗날 3대 미국 대통령이 되는 토머스 제퍼슨 덕분이다.

그는 로마시대의 공화제를 새로운 미국의 정치체제의 모범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로마 고전 건축양식을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동부지역에 이식하는 기초를 만든 사람이다. 프랑스 주재 공사로 파견되면서 유럽을 두루 둘러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안드레아 팔라디오를 이렇게 찬양하였다.

"그는 건축의 바이블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팔라디오를 잘 알아야 하며 늘 가까이하여야 한다."

버지니아대학 내의 로툰다(Rotunda). 미국 대통령이며 버지니아 대학 창립자인 토머스 제퍼슨이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방식으로 설계한 건물이다. /사진=위키피디아

1801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제퍼슨은 즉각 수도 워싱턴의 펜실베니아 거리에 대한 정비작업을 벌였고,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공관의 신축에도 팔라디오와 고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그가 세운 버지니아 대학의 주요 건물에서도 팔라디오의 작품 테아트로 올림피코의 정신이 상당부분 구현되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다재다능한 인물로 건축가이기도 하였다. 고대 로마의 방식으로 수도 워싱턴 주요 거리와 건물을 설계하고자 하였으며,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건축개념을 사랑하였다./사진=위키피디아

그런 연유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고전의 심미적 가치를 누구보다도 신봉했으며 팔라디아니즘의 마지막 대표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손관승·언론사 CEO출신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