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19.12.20 05:00
한때 전성기를 누리던 한 방송사의 예능 PD들 사이에서는 선후배 가리지 않고 4자성어로 별명을 만들어 부르던 전통이 있었다. 실제의 모습이나 성격과 다른 반어법을 구사하는 매우 예능스런 풍경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후배사랑 000’(후배는 챙기지 않고 혼자만 잘나간다는 의미), ‘슬램덩크 000’(업무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작은 키라는 뜻), ‘초지일관 000’(자주 뜻이나 원칙이 바뀐다는 꼬집기)
언젠가부터 그 예능 PD들 사이에서는 4자성어 별명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식인 사회에서, 특히 컨텐츠 업계에서 적절한 가시가 있는 해학과 웃음은 곧 그 조직이 열려있다는 것과 자신감을 동시에 의미한다.
반면 유머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형의 벽이 가로막고 소통이 사라지며 공동체 정신도 함께 소멸되어 간다는 뜻이다. 그런 때문인지 요즘 그 방송사의 시청률과 경쟁력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씁쓸한 후문이다.
별명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학창시절 선생님, 응원하는 팀의 운동선수들, 열광하는 밴드의 뮤지션이 그 좋은 경우다. 어린 학창시절에는 주로 신체의 특성이 별명이 되지만 성장할수록 외형보다는 성격이나 성향으로 별명을 말한다.
만약 직장의 리더들이 후배들 사이에서 은밀한 별명으로 불린다면 이는 싫든 좋든 관심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만약 별명이 없다면 오히려 이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은 곧 무색무취, 특색이 없다는 말의 동의어일 테니까.
‘후배사랑 000’(후배는 챙기지 않고 혼자만 잘나간다는 의미), ‘슬램덩크 000’(업무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작은 키라는 뜻), ‘초지일관 000’(자주 뜻이나 원칙이 바뀐다는 꼬집기)
언젠가부터 그 예능 PD들 사이에서는 4자성어 별명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식인 사회에서, 특히 컨텐츠 업계에서 적절한 가시가 있는 해학과 웃음은 곧 그 조직이 열려있다는 것과 자신감을 동시에 의미한다.
반면 유머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형의 벽이 가로막고 소통이 사라지며 공동체 정신도 함께 소멸되어 간다는 뜻이다. 그런 때문인지 요즘 그 방송사의 시청률과 경쟁력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씁쓸한 후문이다.
별명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학창시절 선생님, 응원하는 팀의 운동선수들, 열광하는 밴드의 뮤지션이 그 좋은 경우다. 어린 학창시절에는 주로 신체의 특성이 별명이 되지만 성장할수록 외형보다는 성격이나 성향으로 별명을 말한다.
만약 직장의 리더들이 후배들 사이에서 은밀한 별명으로 불린다면 이는 싫든 좋든 관심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만약 별명이 없다면 오히려 이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은 곧 무색무취, 특색이 없다는 말의 동의어일 테니까.
이탈리아의 볼로냐처럼 별명이 많은 도시도 드물다. ‘빨간 도시 볼로냐’(Bologna la rossa)는 그 별명 중의 하나다.
수많은 전쟁과 공습에도 불구하고 볼로냐는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스타일의 다양한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상공에서 바라보면 시각적으로 붉은 색이 지배하는 도시다. 물론 디자인의 색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성향이 좌파에 가까웠기에 그런 별명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탈리아의 슈퍼카 마세라티의 상징 삼지창을 기억한다. 마세라티는 왜 엠블렘으로 삼지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 회사가 1914년 볼로냐에서 창립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도시는 구도심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마조레 광장과 넵튠 분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분수 한 가운데 의기양양하게 삼지창을 들고 있는 넵튠을 만나게 되는데, 넵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같은 의미로 넵튠과 삼지창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수많은 전쟁과 공습에도 불구하고 볼로냐는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스타일의 다양한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상공에서 바라보면 시각적으로 붉은 색이 지배하는 도시다. 물론 디자인의 색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성향이 좌파에 가까웠기에 그런 별명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탈리아의 슈퍼카 마세라티의 상징 삼지창을 기억한다. 마세라티는 왜 엠블렘으로 삼지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 회사가 1914년 볼로냐에서 창립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도시는 구도심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마조레 광장과 넵튠 분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분수 한 가운데 의기양양하게 삼지창을 들고 있는 넵튠을 만나게 되는데, 넵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같은 의미로 넵튠과 삼지창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볼로냐는 포르티코(Portico)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사전에서는 열주랑(列柱廊)이라 번역되어 있고 영어로는 아케이드라 부르는데, 기둥들이 줄지어 지붕을 버티고 있고 도로 쪽으로는 공간이 열려 있으며, 길게 뻗은 기둥들 사이로 보행로를 이루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말한다.
말을 탄 채로 그 안의 공간을 다닐 수 있도록 포르티코의 높이를 2.66미터로 통일했다고 한다. 이 도시의 포르티코를 합할 경우 총 길이가 38km나 되며, 시 외곽까지 합하면 그 길이가 무려 45km에 이른다.
말을 탄 채로 그 안의 공간을 다닐 수 있도록 포르티코의 높이를 2.66미터로 통일했다고 한다. 이 도시의 포르티코를 합할 경우 총 길이가 38km나 되며, 시 외곽까지 합하면 그 길이가 무려 45km에 이른다.
이 도시의 두 번째 별명은 ‘뚱보들의 도시 볼로냐(Bologna la grassa)’다. 비옥한 토지와 기후, 그리고 독특한 조리 기술이 결합되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서 시민들을 뚱뚱하게 만든다는 엄살 섞인 별명이다.
볼로냐는 음식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음식의 수도처럼 여겨진다. 한국에 파스타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음식점에서 주는 것은 대부분 스파게티 볼로네제였다. 다진 고기를 토마토 소스와 버무린 파스타였다.
그 원조가 되는 파스타 이름은 딸리야뗄레 알 라구, 일반 스파게티 면보다 넓은 면을 사용한다. 이곳은 이탈리아식 만두국인 토르텔리니(혹은 토르텔로니)의 고향이며, 돼지고기를 말린 햄인 프로슈토(prosciutto) 와 볼로냐식 소시지인 모르타델라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다.
볼로냐는 음식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음식의 수도처럼 여겨진다. 한국에 파스타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음식점에서 주는 것은 대부분 스파게티 볼로네제였다. 다진 고기를 토마토 소스와 버무린 파스타였다.
그 원조가 되는 파스타 이름은 딸리야뗄레 알 라구, 일반 스파게티 면보다 넓은 면을 사용한다. 이곳은 이탈리아식 만두국인 토르텔리니(혹은 토르텔로니)의 고향이며, 돼지고기를 말린 햄인 프로슈토(prosciutto) 와 볼로냐식 소시지인 모르타델라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다.
이 도시의 세 번째 별명은 ‘현자들의 도시 볼로냐(Bologna la dotta)’, 지식과 대학의 도시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서양 최초의 대학이라 불리는 볼로냐 대학은 명확한 설립시기가 문헌상 확인되지는 않지만 1088년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도시설계와 도시건축학자인 한광야 교수가 쓴 ‘대학과 도시’라는 책에 따르면 지식생산도시로서 이 대학의 전통과 인문학의 뿌리는 무척 깊다.
"당시 볼로냐 대학은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름 Alma Mater Studiorm’으로 불렸으며 ‘모든 학문이 퍼져나간 곳’이란 뜻이다. 교훈은 ‘보노니아 도케트 Bononnia Docet’로 진리였다. 볼로냐 대학은 1158년 프리드리히 1세로부터 대학 인가를 받았다."
이후 동로마제국이 함락되면서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고, 덕분에 볼로냐 대학에서는 일찍부터 인문학이 꽃피우게 된다.
그 인문학 프로그램 이름이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 Studia Humanitatis’로 불렸다고 하며, 중세의 고급 언어인 라틴어가 아닌 당대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이 대학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도시설계와 도시건축학자인 한광야 교수가 쓴 ‘대학과 도시’라는 책에 따르면 지식생산도시로서 이 대학의 전통과 인문학의 뿌리는 무척 깊다.
"당시 볼로냐 대학은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름 Alma Mater Studiorm’으로 불렸으며 ‘모든 학문이 퍼져나간 곳’이란 뜻이다. 교훈은 ‘보노니아 도케트 Bononnia Docet’로 진리였다. 볼로냐 대학은 1158년 프리드리히 1세로부터 대학 인가를 받았다."
이후 동로마제국이 함락되면서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고, 덕분에 볼로냐 대학에서는 일찍부터 인문학이 꽃피우게 된다.
그 인문학 프로그램 이름이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 Studia Humanitatis’로 불렸다고 하며, 중세의 고급 언어인 라틴어가 아닌 당대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이 대학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 가운데에는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 알리기에리, 토스카나어로 쓰인 100개의 이야기를 담은 ‘데카메론’의 저자 조반니 보카치오 등이 있다. 그런 연유로 볼로냐는 이탈리아 인문학의 거점으로 1440년대부터 1570년대까지 약 100년 동안 전성기를 누린다.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달력 체계를 가리켜 그레고리력이라 하고 이를 도입한 장본인이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인데, 그는 이 도시에서 태어나 볼로냐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가르치다 훗날 교황이 되어 과학과 예술, 지도 등의 발전을 후원했던 사람이다.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달력 체계를 가리켜 그레고리력이라 하고 이를 도입한 장본인이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인데, 그는 이 도시에서 태어나 볼로냐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가르치다 훗날 교황이 되어 과학과 예술, 지도 등의 발전을 후원했던 사람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저자이며 그 누구도 감히 필적하기 힘들 정도로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인문학의 깊이를 선보였던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가 근무했던 곳도 바로 볼로냐 대학이었다.
여기에 마조레 광장 시청 옆에는 한없이 매력적인 공공도서관 살라보르사 도서관(Bibliotheca Salaborsa)이 기다리고 있다.
[미니정보] 볼로냐의 자랑 살라보르사(Sala Borsa) 도서관
색이 있고, 맛이 있으며, 여기에 최고급 인문학의 향기가 흐르는 도시가 바로 볼로냐다. 그러니 이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여행의 본론이야!"
여기에 마조레 광장 시청 옆에는 한없이 매력적인 공공도서관 살라보르사 도서관(Bibliotheca Salaborsa)이 기다리고 있다.
[미니정보] 볼로냐의 자랑 살라보르사(Sala Borsa) 도서관
색이 있고, 맛이 있으며, 여기에 최고급 인문학의 향기가 흐르는 도시가 바로 볼로냐다. 그러니 이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여행의 본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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