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달빛 매화가 선비의 지조를 말하다 - 20년간 매화에 취한 작가 송필용

바람아님 2014. 1. 23. 18:14
▲ 달빛매화41 40x80cm, oil on canvas, 2011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백매화, 홍매화가 다복하게 피었습니다. ‘이젠 끝났다’는 헛소문을 잠재우듯 늙은 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웠습니다. 생명에 대한 그리움이 일제히 꽃등을 켜고 달빛을 비추는 봄밤에는 사멸해가던 희망이 기운차게 일어서는

숨소리로 왁자지껄합니다. 겨울도 아니고 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계절에 고목에 핀 매화는 경이롭습니다.

그래서 매화는 희망입니다.
   
   송필용은 20여년 전부터 전남 담양의 작업실에서 매화를 그렸습니다. 담양의 소쇄원, 면앙정, 송강정에서 시작된 탐매 여행은

선암사와 섬진강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작가는 긴 여행길에서 만난 매화의 아름다움을 쉬지 않고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매화 속에 투영된 옛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작가보다 먼저 그 길을 걸으며 가사문학의 세계를 풍성하게 했던

양산보, 정철의 발자취였습니다. 발자취를 따라 걷는 동안, 조선시대 문인들이 ‘매화도’ 속에 담고자 했던 선비정신이 송필용 작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송필용 작가의 매화 그림은 농염하고 화려합니다. 붉은색이나 청색 바탕에 흐릿한 달빛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매화는 맑고 선명하면서 기품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송필용 작가가 매화 그림에서 보여주고 싶은 뜻은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매화의 정신입니다.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추위를 뚫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매화는, 세상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지조를 지킨 군자나 은일지사에 비유됩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의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송필용의 달빛 매화는, 이리저리 치여 사느라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옛 선비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전해줄 것입니다. 이작품은  2012년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02-730-7818)에서 열렸던 송필용의 ‘달빛 매화’전에 소개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