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괴석(怪石)

바람아님 2014. 1. 22. 11:09

(출처-조선일보 2013.11.1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괴석                              怪石(괴석)


이 한 마리를                         窓間一蝨懸(창간일슬현)
창가에 매달아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目定車輪大(목정차륜대)
수레바퀴처럼 커 보이네.

이 돌을 얻은 뒤로                 自我得此石(자아득차석)
나는 더 이상

화산(花山) 쪽으로                不向花山坐(불향화산좌)
앉지도 않는다.

                                         최립(崔岦 1539 - 1612) -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송윤혜

선조 때의 저명한 문인 간이(簡易) 최립이 젊은 시절 황해도 옹진군에서 벼슬살이할 때 지었다. 

시에 나오는 화산(花山)은 옹진군에 있는 산이다. 작은 괴석을 얻어 관아 안에 놓아두었다. 

이제는 발품 팔며 명산을 구경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괴석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 돌이 점차 불어나 화산처럼 거대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옛날 기창(紀昌)이란 자가 활 쏘는 법을 배웠다. 

이 한 마리를 소털에 묶어 남쪽 창가에 매달아 놓고 날마다 쳐다보았더니 

이가 갈수록 크게 보이더니 나중에는 수레바퀴 크기로 보였다. 

그래서 활을 당겨 이를 쏘았더니 그 심장을 관통했다. 


바닷가의 외진 고을에 머무는 동안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거장이 되겠다는 집념이 서려 있다. 

누구에게나 창가에 깨알같이 작은 이를 매달아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작은 이가 수레바퀴처럼 크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