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이상은(李商隱·812~858)의 '잡찬(雜纂)'에 '살풍경(殺風景)' 시리즈가 나온다.
못 봐줄 꼴불견을 여럿 나열했다. 책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다 모아보니 이렇다.
첫 번째가 '송간갈도(松間喝道)', 소나무 숲길에 갑자기 "물렀거라" 외치며 등장한 벼슬아치다. 운치 없는 녀석!
두 번째는 '간화루하(看花淚下)'다. 꽃 보다 말고 눈물은 왜 짜나?
세 번째가 '태상포석(苔上鋪席)', 즉 이끼 위에 자리 깔기다. 그냥 앉지.
네 번째는 '작각수양(斫却垂楊)', 시선을 가린다고 수양버들을 베는 행위다. 몰취미하기는.
다섯 번째는 '화상쇄곤(花上曬裩)', 꽃 위에 속옷 널어 말리기다. 만행이 따로 없다.
여섯 번째는 '유춘중재(游春重載)', 먹을 것 잔뜩 싣고 나서는 봄나들이다. 몸만 가지.
여섯 번째는 '유춘중재(游春重載)', 먹을 것 잔뜩 싣고 나서는 봄나들이다. 몸만 가지.
일곱 번째가 '석순계마(石筍繫馬)', 종유석 기둥에 말고삐를 묶는 짓이다. 부서지면 어쩌려고.
여덟 번째는 달빛 아래 횃불 드는 '월하파화(月下把火)'다. 하나마나 한 짓.
아홉 번째는 '기연설속사(妓筵說俗事)', 기생과 노는 술자리에서 세속사 말하기다. 못난 놈!
열 번째는 '과원종채(果園種菜)', 과수원에 배추 심기다. 흐이구!
열한 번째가 '배산기루(背山起樓)'다. 으리으리한 누각에 가려 정작 산이 안 보인다. 참 잘났다.
열한 번째가 '배산기루(背山起樓)'다. 으리으리한 누각에 가려 정작 산이 안 보인다. 참 잘났다.
열두 번째는 '화가하양계압(花架下養鷄鴨)', 꽃 시렁 아래 닭 오리 기르기다. 아! 시끄러워.
열세 번째는 '청천탁족(淸泉濯足)', 맑은 물에 발 씻기다. 저는 시원하겠지.
열네 번째는 '분금자학(焚琴煮鶴)', 거문고 때서 학 삶기. 무식한 자식!
열다섯 번째는 '대화철다(對花啜茶)', 꽃 보며 차 마시기다. 꽃구경이나 하지.
그래도 이런 것은 애교가 있다. 오늘의 살풍경은 어떤가?
그래도 이런 것은 애교가 있다. 오늘의 살풍경은 어떤가?
버스 타고 음주가무, 산에 가서 고기 굽고, 지하철의 고성 전화, 패륜녀의 잇단 등장.
입법하는 국회에선 툭하면 무법 활극, 법 지키라 으름장 놓고 뒤로는 접대향응. 똥 뀐 놈이 성을 내고, 못난 짓 후 자화자찬.
4대강엔 바야흐로 보 쌓기가 한창이다.
이상은의 '잡찬'에는 '불상칭(不相稱)', 즉 걸맞지 않은 일 시리즈도 있다.
병이 든 의원, 글자 모르는 선생, 푸줏간에서 염불하기와 창가(娼家) 찾는 늙은이, 어깨가 떡 벌어진 신부(新婦) 등등.
하지만 이런 것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아! 살풍경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