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독설가, 피아 구분 없는 저격수를 자처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여러 현상들을 미디어 이론을 통해 조명해보는 글을 씁니다. 매주 목요일 ‘한국일보’에 연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지식인’이라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실제로 지식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 계급의 이익을 떠나 보편적 가치 위에서 민중을 위해 발언하던 지식인은 사라졌다. 물론 아직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더러 남아 있긴 하다. 이 혹독한 빙하기에 그들만 살아남은 데에는 독특한 비결이 있었다. 즉 이마에 ‘어용’이라는 글자를 써 붙이는 것이다. 오늘날 ‘어용’ 아닌 지식인은 거의 멸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