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23. 2. 3. 00:01
▲중국 현대미술의 아버지 '뤄중리'
마오쩌둥 시대 청소년이던 작가
극도로 피폐해진 농촌현실 목격
당시 스케치 '농민 아버지' 얼굴
1980년 '덩샤오핑시대' 막오르자
2m 거대 화면에 사진처럼 담아
뛰어난 '극사실주의 그림' 넘어
중국 사회·정치·국제 변화 상징
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들이 있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는 갈릴레이나 뉴턴을 꼽고, 음악 쪽은 쇤베르크를 현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현대미술에서는 인상주의자들과 마르셀 뒤샹이 후보에 올라 있는 가운데, 앞엣것이 조금 우세한 상황이다. 중국에도 유명한 ‘아버지’가 있다. 한 명은 당연히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마오쩌둥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오늘의 주인공이다. 바로 뤄중리(75·羅中立)의 그림 속 ‘아버지’(1980). 이름조차 모르지만, 중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버지’인 것만은 확실하다.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뤄중리의 그림솜씨다. 사진인가 그림인가 싶을 만큼 잘 그렸다. 워낙 소질도 있었겠지만 꽤 탄탄한 미술교육을 받은 데다가 당시 중국 미술에 끼쳤던 미국 미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969년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중국과 미국은 덩샤오핑 시대를 맞아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부터 다양한 종류의 미국 미술이 중국의 미술잡지에 소개됐는데, 여러 경향 중에서도 특히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극사실주의 계열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https://v.daum.net/v/20230203000140157
마오시대 민낯, 중국의 '거대한' 아버지 되다[정하윤의 아트차이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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