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3. 2. 4. 00:34
흑화한 사상가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
질병, 증오, 분노, 배신, 시기, 질투, 미움, 원망.
1820년대 초,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의 전원주택. 프란시스코 고야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단어들을 다시 한번 일기장에 썼다. 미움, 배척, 교만, 탐욕, 추악. 고야는 계속 펜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 너, 우리, 인간…. 고야는 펜을 탁 내려놨다. 흘러내린 흰머리를 매만졌다. 구부정한 허리를 폈다. 관절이 맞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밖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번개가 거듭 내리쳤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집에 홀로 있는 고야는 그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고야는 벽시계를 쓱 보곤 일기장을 옆으로 툭 쳤다. 저녁 시간이었다. 그는 부엌 식당으로 몸을 천천히 옮겼다. 거미줄이 몸에 엉겨 붙든 말든 그대로 뒀다. 고야는 식탁에 놓인 마른 생선 따위를 으적으적 씹었다. 그러면서 식당 벽에 채워진 자기 그림들을 봤다. 최고의 신(神) 자리를 자식에게 뺏길까 봐 아들이 태어나는 대로 뜯어 먹는 사투르누스를 보며 낄낄댔다.
https://v.daum.net/v/20230204003425709
‘이 그림’ 때문에 화형될 뻔…야심가의 기구한 삶[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프란시스코 고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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