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3. 1. 28. 01:12 수정 2023. 1. 28. 01:54
영원한 복수자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편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썼으나, 일부 내용(주인공을 둘러싼 법정 다툼 중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주인공이 꾸는 꿈 등)에는 각색과 기자의 상상력이 더해졌음을 밝힙니다. |
"거짓말이 아니야!"
1612년 로마의 한 법정.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소리쳤다. "차라리 나를 죽여!" 비명도 내질렀다. 아르테미시아의 엄지손가락을 짓누르고 있는 고문기계가 더 조여졌다. "자네, 손가락은 곧 부러질거야." 재판관이 경고했다. "그런데도 말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거야?" "그럴 생각 없어요." 아르테미시아는 바로 대답했다. "저를 범한 그놈을 진작 때려잡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퉤, 아르테미시아는 피 섞인 침을 내뱉었다.
아르테미시아가 말한 그놈은 그녀의 미술 교사 아고스티노 타시였다.
9개월 전, 타시는 열일곱 살 소녀 아르테미시아를 가르치던 중 악마의 민낯을 내보였다. 아르테미시아에게 점점 더 가깝게 붙었다. 슬금슬금 스킨십을 했다. 끝내 미쳐서는 그녀를 끌고 가 순결을 짓밟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타시는 아르테미시아를 상대로 셀 수 없이 많은 성폭행을 저질렀다. '내 명예를 지키려면 이 사람과 결혼할 수밖에 없겠다….' 그런 시대였다. 아르테미시아는 그렇게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타시는 훨씬 더 악랄했다. "결혼? 내가 너처럼 걸걸한 애랑? 미쳤구나." 아르테미시아는 더는 타시를 봐줄 수 없었다. 당장 달려들어 목을 쥐고 싶은 욕망을 겨우 억눌렀다.
상황을 전해들은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 오라치오가 타시를 고발했다.
https://v.daum.net/v/20230128011234600
“성폭행 피해자는 나야!” 고문도 견딘 그녀…복수는 우아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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