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4. 22. 00:24
제 한 몸 지키기도 버거울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수문장처럼 기둥 옆에서 빨래를 지키고 있다. 아니, 빨래의 그림자를 지키고 있다. 동네 공터가 내 집 마당이나 다름없던 시절, 그곳에 빨랫줄을 매어놓는 일쯤은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가끔 빨래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누군가 홀연히 쓸 만한 옷가지만 걷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너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느냐?” 내 물음엔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는 꼬리만 흔들었다. 당시엔 가당치 않은 임무를 맡은 강아지가 우스워 셔터를 눌렀는데 지금 보니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이다.
빨래가 없는 빈 빨랫줄엔 참새가 날아가다 잠시 앉아 쉬었다 가기도 했다. 마당도 공터도 사라진 지금, 새삼스럽게 그리운 장면이다.
https://v.daum.net/v/20230422002427333
[사진의 기억] 무서울 게 없는 하룻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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