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4. 22. 03:10
300만원 돈봉투가 밥값이란 민주당, 50년 전 동사무소만 못해
혁명밖에 代案 없으면 불행, 혁명도 不可能하면 더 불행
국가 이미지 변화는 개인의 이미지 변화와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활기차게 뻗어갈 땐 모든 게 장점처럼 빛나 보인다. 그러다 기세가 고꾸라지면 장점은 하찮고 시들해지며 단점은 확대돼 눈앞에 다가선다. K팝·K시네마·K드라마·K클래식 등이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자 한국 단점조차 장점인 양 몸값이 올랐다. 무법(無法)과 무질서를 활기(活氣)로, 무례(無禮)를 친근감으로, 기초(基礎) 다지기를 건너뛰는 건성건성과 대충대충을 한국식 속도감으로 예찬하는 외국인의 입발림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대문자 ‘K’는 ‘한국적’이란 단어로 바꿔 낄 수 있다. 사실 ‘한국적’이란 낱말은 오랜 세월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독재를, ‘한국적 시장경제’는 정치와 기업이 결탁한 천민(賤民) 자본주의를, ‘한국적 시간 관념’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코리안 타임(Korean time)이란 뜻이었다. 정치 행사, 각종 관청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밥값·떡값 명목으로 돈 봉투를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행태도 ‘한국적 관행’으로 여겨졌다.
‘국민밖에 희망이 없다’는 말은 절망스럽다는 뜻이다. 혁명밖에 대안(代案)이 없는 정치는 불행한 정치다. 그러나 혁명조차 불가능한 정치는 더 불행한 나라를 만든다.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
https://v.daum.net/v/20230422031020035
[강천석 칼럼] ‘한국적’이란 단어는 다시 부끄러운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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