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10.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빨간불이 켜진다. 그 옛날 흉년의 기록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극적인 광경을 보여준다.
자식들이 팔려가는 정도는 다반사고, 굶주림 끝에 정신착란을 일으킨 부모가 아이들을 잡아먹었다는
흉흉한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로 자주 나온다. 전근대 시대에는 90% 이상의 주민들이 농사에
매달렸지만 워낙 농업 생산성이 낮은지라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부 당국은 곡물의 재배와 판매를 엄격하게 감시했다.
기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부 당국은 곡물의 재배와 판매를 엄격하게 감시했다.
영국 법에서는 어려운 곡물 사정을 악용해서 돈을 버는 행위를 가증스러운 중범죄로 취급했다.
다량의 곡물을 구매하는 매점(engrossing),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매석
(forestalling), 높은 값에 소매로 팔아 큰 이익을 남기는 폭리(regrating)는 3대 죄악이었다.
흉년이 들면 당장 그해에 잘 못 먹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흉년이 들면 당장 그해에 잘 못 먹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수확한 곡물 중 일부를 다음 해 농사 종자로 따로 저장해 놓아야 하는데, 굶주림에 내몰리다 보면 그 곡물을 먹어치우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극빈국가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지만, 종자까지 먹어버리면 다음 해에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만다.
내년 농사를 위해 지금 굶주림을 견디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로는 일본의 에도시대에 있었던 '교호(亨保)의
내년 농사를 위해 지금 굶주림을 견디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로는 일본의 에도시대에 있었던 '교호(亨保)의
대기근' 사태를 들 수 있다. 1732년, 시코쿠(四國) 지방에서 메뚜기떼가 극성을 부려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각지에
무장봉기가 발생했다. 이때 대부분 사람이 마지막 남은 보리 한 톨까지 먹어치웠지만 사쿠베(作兵衛)라는 농민은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보리 한 섬을 베개로 만들어 숨겼고, 그 덕분에 다음 해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나는 굶어죽어도 이 보리씨로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끝까지 종자를 지킨 사쿠베는 이 지방에서 의농(義農)으로 추모되고 있다.
올해의 쌀 수확량은 1980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로서는 쌀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서
올해의 쌀 수확량은 1980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로서는 쌀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서
쌀값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흉년을 맞은 북한에서는 어떤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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