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기억] 한여름의 시린 풍경

바람아님 2023. 7. 29. 00:55

중앙SUNDAY  2023. 7. 29. 00:24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후미진 다리 아래서 멱감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감하게 러닝셔츠를 벗어버린 여인, 차마 다 벗진 못하고 위로 치켜올린 여인, 입긴 입었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낡은 러닝셔츠를 입은 여인, 이렇게 각기 다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여인의 떨어진 러닝셔츠가 아프게 눈에 파고들었다. 낡을 대로 낡아서 눈만 흘겨도 구멍이 나게 생긴 저 속옷은 그 시절 시골 어머니들의 가난과 헌신을 상징한다. 항상 남편과 자녀가 먼저인 어머니가 자기의 입성까지 챙길 여유가 있었을 리 만무했다. 

언제부터인가 집안에서 반짇고리가 사라졌다. 요즘엔 바늘귀를 꿰어본 적도 바느질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당연하다. 옷이 닳아 떨어질 때까지 입지 않으니 바느질을 할 일도 없다. 이 사진을 보노라면 철없이 냇가에서 멱 감으며 놀던 어린 시절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남루함에 뒤늦게 가슴이 시리다.


https://v.daum.net/v/20230729002419881
[사진의 기억] 한여름의 시린 풍경

 

[사진의 기억] 한여름의 시린 풍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후미진 다리 아래서 멱감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감하게 러닝셔츠를 벗어버린 여인, 차마 다 벗진 못하고 위로 치켜올린 여인, 입긴 입었는데 구멍이 숭숭 뚫

v.daum.net

 

멱감는 여인들, 전북 임실, 1978년, ⓒ김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