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9. 20. 00:10
70년 전 운보가 그린 ‘예수의 생애’ 30점 연작에 소강석 목사 해설 붙인 성화집 나와
이 그림들은 한국화의 대가 운보 김기창(金基昶·1913~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작품들입니다. 운보의 이 연작은 유명하지요. 김기창 화백은 알려진 대로 청각장애인이었죠. 일곱 살 때 열병을 앓은 후 청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천재적 소질을 타고난 그는 부단한 노력을 더해 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거듭 새로운 화풍(畵風)을 선보였지요. 화면 전체에서 역동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달리는 말 그림을 비롯해 ‘바보산수’ ‘청록산수’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의 생애’를 그림 30점으로 그렸습니다. 수태고지(受胎告知)부터 승천(昇天)까지 예수의 생애 주요 장면을 비단에 담았습니다. 이 연작을 그린 시기(1952~1953)도 중요합니다. 6·25 전쟁 때입니다. 당시 운보는 전북 군산 처가로 피란을 내려갔다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 예수의 일생을 떠올렸던 것이지요.
운보가 이 연작을 그린 지 벌써 70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자니 운보의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신에게 선택받은 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곱 살이던 어린 내가 열병을 앓아 귀를 먹었겠는가. 어쨌든 나는 세상의 온갖 좋고 나쁜 소리와 단절된 적막의 세계로 유기되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인간이란 것을 절감했다. 그러나 나는 소외된 나를 찾기 위해 한 가지 길을 택했다. 그것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며, 나는 화가가 되었다.”
자신의 장애를 ‘신에게 선택받은’ 것으로 받아들이며 ‘심혼(心魂)을 바쳐’ 그린 작품들을 화집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https://v.daum.net/v/20230920001015060
[김한수의 오마이갓]갓 쓴 예수, 도깨비 사탄, 표주박 세례...김기창 ‘예수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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