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9. 20. 23:18 수정 2023. 9. 21. 04:49
13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시인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단테는 아홉 살 때 여덟 살 베아트리체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베아트리체를 천사와 같이 순결한 존재로 여겼기에 평생 가슴에 품고 살며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
단테를 흠모했던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는 자신의 아내 엘리자베스 시달을 베아트리체에 비유해 그렸다. ‘축복받는 베아트리체’(1864∼1870·사진)에서 시달은 두 눈을 감고 황홀경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붉은 비둘기가 양귀비꽃을 물고 와 그녀의 두 손에 떨어뜨리려 하고, 배경에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로세티는 시달과 사귄 지 10년 만에 결혼했지만, 그 사이 늘 바람을 피웠다. 그 때문에 시달은 우울증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결혼 2년 만에 33세로 사망했다. 로세티가 이 그림을 그린 것도 아내가 죽은 지 2년이 지나서였다. 죽음의 사신인 붉은 새와 죽음을 상징하는 양귀비꽃이 그려진 이유다. 로세티는 죽은 아내를 베아트리체와 동일시하며 숭고한 사랑의 상징으로 영원히 화폭에 남기고 싶었을 테다.
모순된 인생의 끝이 좋을 리 없는 법. 그 역시 약물 중독과 정신불안에 시달리다 54세에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https://v.daum.net/v/20230920231811753
모순된 인생 [이은화의 미술시간]〈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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