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도저히 못참겠어” 봉인 푼 그녀, 외마디 비명…惡은 그렇게 쏟아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판도라 편]

바람아님 2023. 9. 23. 01:28

헤럴드경제 2023. 9. 23. 00:21

<동행하는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쥘 조제프 르페브르
월터 크레인

편집자주
〈후암동 미술관〉은 그간 인간의 세계를 담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제 시간을 크게 앞당겨 신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명화와 함께 읽어봅니다. 기사는 여러 참고 문헌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그녀는 찬장 안쪽 깊이 숨긴 항아리를 꺼내왔다. 판도라는 심호흡을 했다. "아주 잠깐만 열어서 무엇이 있는지만 보고 닫으면 돼."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로렌스 앨마 태디마는 잔뜩 기대에 찬 판도라가 항아리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어린아이 같은 표정의 그녀는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듯하다. 비슷한 시기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판도라가 상자를 살짝 열어보는 그 장면을 포착했다. 그림 속 그녀는 호기심에 취해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판도라는 마개를 열었다.

그 순간 판도라가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는 일뿐이었다. 항아리의 주둥이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끊임없이 솟구쳤다. 이 불길한 형체들은 신이 난 듯 마구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고는 창문을 타고 빠져나갔다. 이들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가 생명체를 만들 때 쓰지 않고 남겨둔 제우스의 '선물 보따리' 속 특성들이었다.

판도라는 뒤늦게 뉘우쳤지만, 이때는 늦었다.

에피메테우스 또한 프로메테우스의 충고를 떠올리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밑 세상은 엉망이었다. 인간은 걸핏하면 싸우고, 훔치고, 죽였다. 패싸움을 벌이고, 전쟁도 피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뭘 더 갖겠다며 나무를 베고 꽃을 꺾었다. 땅은 동물의 피로 얼룩졌다. 바다에는 기름 덩어리가 둥둥 떠다녔다. 끝까지 인간 편에 섰던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디케)마저 인간을 버렸다.


https://v.daum.net/v/20230923002120537
“도저히 못참겠어” 봉인 푼 그녀, 외마디 비명…惡은 그렇게 쏟아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판도라 편]

 

“도저히 못참겠어” 봉인 푼 그녀, 외마디 비명…惡은 그렇게 쏟아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

. 편집자주〈후암동 미술관〉은 그간 인간의 세계를 담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제 시간을 크게 앞당겨 신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명화와 함께 읽어봅니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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