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씨앗은 짓이겨져선 안 된다” - 전쟁과 노인 작가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

바람아님 2023. 11. 23. 05:27

한국일보 2023. 11. 23. 04:31

<34> 칼레드 후라니,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케테 콜비츠

언젠가부터 수박은 정치적 과일이 됐다. 우리나라가 아닌 팔레스타인 이야기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구성하는 빨강, 초록, 검정, 흰색 대신 등장한 수박은 이스라엘의 탄압과 검열에 저항하는 상징이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박 그림이 쏟아지고 있다. 저항의 의미로 수박이 처음 등장한 것은 40년 전 한 이스라엘 군인의 말 때문이었다. ‘팔레스타인의 피카소’라 불리는 슬리만 만수르(Sliman Mansour)의 1980년 사건에서 출발한다.

당시 이스라엘 측은 만수르의 전시회를 금지시키며 “왜 정치 예술을 해서 이 고생을 하느냐, 꽃과 누드를 그리면 잘 팔리고 더 좋을 텐데”라면서 이제부터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작품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꽃을 빨강, 초록, 검정과 흰색으로 그려도 문제를 삼을 텐가?” 하고 그가 묻자 곁에 있던 이스라엘 군인이 “설령 수박을 그려도 안 되오!”라고 했다.

이 일화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퍼졌고 이야기를 들은 팔레스타인 예술가 칼레드 후라니(Khaled Hourani)가 2007년 그린 수박 그림이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인정받고 국기가 허용됐음에도 당시 수박 조각을 들었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체포됐다.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국기는 불법이 아니었는데, 올해 초 이스라엘은 다시 국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때부터 SNS에 수박이 다시 등장했다.

빼앗긴 땅의 흙과 물감을 사용하는 76세의 팔레스타인 예술가
“미술가, 음악가, 문인 등 모든 예술가는 정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이지 않은 예술작품은 없다.

벌금을 내면서 반전벽화를 그리는 86세의 러시아 예술가
“나는 뱅크시처럼 숨어서 벽화를 그리지 않는다. 벽화에 내 이름을 남기고 벌금을 내고 또 그릴 것이다.”

전쟁으로 아들과 손자 잃은 향년 78세 독일 판화가, “씨앗이 짓이겨져선 안 된다”
전쟁 예술가로 흔히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거론되지만, 전쟁의 아픔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콜비츠다.


https://v.daum.net/v/20231123043127154
“씨앗은 짓이겨져선 안 된다” - 전쟁과 노인 작가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

 

“씨앗은 짓이겨져선 안 된다” - 전쟁과 노인 작가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

편집자주 아무리 유명한 예술작품도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텅 빈 감상에 그칩니다. 한 장의 그림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맛있게 그림보기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림 이야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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