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2. 9. 08:02 수정 2023. 12. 9. 10:00
창작의 순간 22. 강운구의 암각화 사진전
‘암각화가 어디 보여?’ 암각화를 보러 울주군 반구대를 가보면 실망부터 한다. 사진으로는 바위에 새긴 고래와 동물들이 또렷이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 바위 앞에선 그림을 찾기 어렵다. 사실 신석기시대 그림이 희미한 건 당연하다. 그래도 암각화를 보고 싶다면 햇빛이 비스듬히 비추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강운구 사진가는 최근 전시 중인 자신의 암각화 사진전에서 암각화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알려주었다. “기운 햇살은 색 온도가 낮아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카메라 화이트밸런스를 데이라이트에 맞추고 암각화를 그늘에서 찍으면 청회색으로, 햇빛에서 찍으면 붉은색을 띤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1971년 모두가 놀랐을 때 신문에서 암각화 사진을 보고 사진가는 궁금했다. ‘고래가 왜 수직으로 서 있지?’
50년 전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가서 본 사진가는 그동안 동시대 사람들이 살던 모습이나 사라져가는 집들을 찾아다녔다. 이후 과거 역사 속에 기록된 불상이나 흔적을 해석해서 사진으로 기록했다......선사시대 바위가 하드디스크라면 그 시대에 그려진 암각화는 사진인 셈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1970년에 신문에 났을 때, 고래가 수직으로 그려진 암각화를 보고 가보니 옆으로 누운 고래가 있었는데 죽은 고래 모습이었다. 암각화에서 수직과 수평은 삶과 죽음의 개념이었다. 반면 네 발 달린 호랑이는 네 발로 서서 수평으로 있는 모습이 살아있는 것이고 서 있는 모습이 죽은 형태였다.
강운구의 암각화 사진전 <암각화 또는 사진>은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내년 3월 17일까지 열린다.
https://v.daum.net/v/20231209080203328
[C컷] 암각화는 고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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