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1. 12. 00:01
진우석의 Wild Korea ⑩ 인제 마장터
1월 초, 마장터는 이미 설국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강원도 인제군 북설악 지역은 보통 12월보다 1월 강설량이 더 많다. 마장터는 겨우내 눈부신 설국이 이어질 것이다. 설국은 눈이 지배한다. 눈이 허락해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마장터까지는 쉽게 갈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여러 갈래길 중에서 물굽이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투명한 계곡이 겨울의 진경을 보여줬다.
산 좀 다닌다는 사람은 마장터를 안다. 걸어서 백두대간을 넘던 시절, 큰 장이 섰던 곳이다. 미시령과 진부령에 도로가 생기면서 마장터는 잊혔지만 산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국립공원이 아니어서 출입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었다.
약수터를 지나면 ‘작은 새이령(소간령)’을 넘는다. 워낙 완만해서 지나고 나서야 고갯마루인 줄 알 수 있다. 여기서부터 핸드폰은 먹통이다. 낙엽송 쭉쭉 뻗은 풍경이 이국적이다. 해발 500m가 넘는 지점에 자리한 널따란 평지, 마장터에 도착했다. 마장터산장은 눈을 잔뜩 이고 있었다. 마치 눈이 지붕처럼 보였다.
한참 걷다 보니, 발자국이 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맙소사! 노루 발자국이다. 노루 역시 눈 쌓인 산비탈을 피해 계곡을 따라 이동한 것이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중간중간 보이는 산악회 리본이 반갑다. 오지의 겨울 계곡 풍경은 걱정을 까맣게 잊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눈과 얼음과 계곡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수묵화 같기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 같기도 했다. 날것의 풍경들은 순수하고 투명하고 영롱했다.
https://v.daum.net/v/20240112000138230
‘설국’ 노루 발자국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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