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1.09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신화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가 많다.
켄타우로스는 사람과 말이 합쳐진 것이고, 인어는 사람과 물고기가 합쳐진 것이다.
이때 인어의 상체가 여성이면 '머메이드(mermaid)', 남성이면 '머맨(merman)'이라 한다.
이보다 더 특이한 상상력의 산물로는 사자와 물고기가 합쳐진 머라이온을 들 수 있다.
머라이온은 바다를 뜻하는 '머(mer)'와 사자를 뜻하는 '라이온(lion)'이 합성된 말이다.
머라이온은 바다를 뜻하는 '머(mer)'와 사자를 뜻하는 '라이온(lion)'이 합성된 말이다.
고대 인도나 헬레니즘 시대의 유적에서 이 문양을 찾을 수 있고, 영국의 포츠머스처럼 많은 항구 도시가
시 문장(紋章)으로 이와 유사한 바다-사자(sea lion)를 사용해 왔다.
그렇지만 머라이온은 특히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물고기 부분은 테마섹이라 일컫던 작은 어촌에서 싱가포르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나타내고,
사자 부분은 싱가포르의 원래 이름인 싱가푸라(Singapura)가 '사자의 도시(kota singa)'였음을 나타낸다.
이 특이한 상징을 주목하게 된 것은 이것이 바다와 육지의 결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특이한 상징을 주목하게 된 것은 이것이 바다와 육지의 결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육상동물 중 최강자인 사자가 해양 동물의 힘까지 얻은 모양새이다. 사실 싱가포르의 역사가 그런 궤적을 그리고 있다.
대륙에서 내려온 화교가 중심이 되어 동남아시아에 세계 경제의 중심지를 건설했다.
1965년에 공식적으로 독립국가가 되었을 때만 해도 이 지역은 도박, 마약, 매춘이 횡행하던 황폐한 곳에 불과했지만
그 후 반세기가 안 되는 단기간에 완전히 환골탈태하여 국제 금융 도시로 성장했다.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싱가포르는 벌써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싱가포르는 벌써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과도하게 전제적이었던 정치 색채는 많이 줄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 집결지라는 성격은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리콴유 총리 시절과 비교해 보면 가히 놀라운 일이지만, 관광 사업에도 눈을 떠서 세계 최대의 카지노 단지를 허가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이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을 우리 건설사가 지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머리에 배를 이고 하늘로 치솟는 용 세 마리를 연상시키는 건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자와 고래, 그리고 다시 용으로 승천! 지금은 남에게 건물을 지어준 정도로 그쳤지만,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제 한국인이 육지로, 바다로, 그리고 하늘로 약진하는 역사를 만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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