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5. 22. 00:05
베트남 서북부 도시 디엔비엔푸에 이달 초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렸다. 70년 전 바로 이날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이끄는 공산군이 이곳에서 50여 일 전투 끝에 프랑스군을 물리친 디엔비엔푸 전투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헬기가 축하 비행을 했고, 시민과 군인들이 승전 퍼레이드를 벌였다. 패전국 프랑스 국방장관·보훈장관도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다. 디엔비엔푸 전투는 아시아 피식민지가 유럽 식민 통치 세력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첫 사례다. 승전 70주년은 지났지만, 경축 분위기는 해를 넘어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을 축출하고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병합한 통일 50주년이 내년 4월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일 과정이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은 두 가지다. 분단 국가에서 내분은 패망의 지름길이고 힘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대우받는 건 ‘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힘이 지속될지 불안케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은 분열하고, 민심은 싸늘해졌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핵·미사일로 위협하던 북한은 대법원까지 해킹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주한 미군 철군·감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풍년일 때 흉년을 대비하는 건 경세의 기본. 우리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베트남인 만큼 국가의 경사는 축하해야겠지만, 그 이면에서 교훈을 찾는 일도 병행됐으면 좋겠다.
https://v.daum.net/v/20240522000538175
[데스크에서] 베트남 승전과 역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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