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3. 18. 00:06
조부는 빨치산 납치, 부모는 5·18…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청산’?
극단적 진영 정치 갈수록 심각
중도 배제한 정치, 미래 있겠나
아직도 텔레비전 뉴스에서 대규모 집회 소식을 전하는 날이면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곤 한다. 괜히 집회에 나가진 않았는지,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걱정해서다. 민주화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나서도 집회·시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과거 겪었던 극단적인 정치 폭력 때문이다. 1951년 가을 화순 백아산 일대에 똬리를 틀고 인근을 습격하던 빨치산에게 잡혀간 조부는 시신을 찾긴커녕 정확한 기일조차 모른다. 부모가 십수 일간 공포에 떨어야 했던 1980년 5월 광주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안부 전화 어조가 심상치 않아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폭력이 용인되는 수준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정치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우리 편’ 밖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표적이 될 수 있다. 같은 진영이라도 비주류는 언제나 청산 대상이다.
허위 사실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잦다. 이름에 ‘귀’가 들어간다고 중국인이라며 조리돌림당하는 이들을 보면 공포심이 든다....극단적 진영 정치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은 정치색이 옅고 특정 진영에 충성하지 않는 이들이다. 언제든 비(非)국민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폭력이 일상화된 정치는 폐허만 남긴다. 누구든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 위해를 입는다. 오늘은 승자가 된 것 같아 보이는 세력도 내일이나 모레쯤엔 패잔병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어쩌다 정치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수난 삼대’가 되고 싶지 않은 건 단순히 개인적인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중도를 배제하는 정치의 결과가 뻔해서다.
https://v.daum.net/v/20250318000616017
[에스프레소] 수난 3대… 우리 편 아니면 다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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