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펑펑 내린 날 아침이면 새로운 세상이 생겨났다. 황량한 들도, 차가운 공장 마당도 흰 눈에 원래의 모습을 감추고 포근한 풍경을 이뤘다.
잠에서 깬 아이들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달려나왔다. 눈 덮인 세상은 어디나 놀이터가 됐다. 검은 드럼통도 새 세상에선 궁궐의 기둥같았다. 아이들은 눈의 성(城)에서 숨가쁘게 하루를 보냈다.
사진가 박신흥의 ‘술래잡기-1978 양수리’다. 그 시절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눈이 선물한 그 청량한 기쁨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멋진 여행지도 줄 수 없는 설렘이었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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