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의 작품엔 늘 안개가 서려 있다. 그가 찍은 풍경은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인물사진도 그렇다. 작가가 렌즈와 사람 사이에 짙은 안개의 효과를 만들어 넣어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의 사진 속 대상들은 은은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인과 안개 속을 걷다보면 포근해진다. 복잡한 세상은 안개에 묻히고, 그대와 나 단 둘만 남게 된다. 민병헌의 작품 속 여인은 안개 속에서 살며시 몸을 보여준다. 그녀를 대하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은 안개에 묻히고 여인만 남는다. 보는 이와 작품 속 그녀가 단둘이 호젓한 안개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병헌의 사진 속 여인들은 흐릿하지만 더 강렬하게 마음을 빼앗는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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