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난 바닷가는 쓸쓸하다. 구름은 가장 먼저 여름날의 기억을 털어버리고 멀리 떠나가고 있다. 조명탑은 지난 여름이 남긴 이야기들을 아쉬워하며 빈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모래밭의 수많은 발자국들은 조명 아래에서 빛났던 여름 밤을 잊지 못하는 듯 아직 소란스럽게 남아 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해변의 추억도, 영롱했던 불빛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밀물이 왔다 가고 계절이 바뀌면 모든 것은 소멸될 것이다. 저 깃털같이 가벼운 구름만이 또다시 해변을 찾아올 것이다.
덧없는 것은 구름이 아니고 사람이다. 뜨겁게 세상을 달구던 사람들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무심한 구름만이 남아서 흐른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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