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1] "유치원 미술이냐"… 올림픽 포스터의 '굴욕'

바람아님 2014. 5. 28. 11:42

(출처-조선일보 2012.08.23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올림픽 공식 포스터는 개최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수단이다. 
따라서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소통하려는 콘텐츠가 잘 표현된 한 점의 공식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며칠 전 폐막한 런던올림픽만은 예외다. 
공식포스터가 무려 12종으로, 올림픽 포스터와 장애인 올림픽 포스터가 각각 6종씩이다. 
조직위원회는 니컬러스 세로타 테이트 미술관장 등의 추천으로 선정된 12명의 대표적인 영국 미술가들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

'2012 런던올림픽 공식 포스터'… 12명의 미술가의 작품을 활용하여 디자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리지트 라일리‘Rose Rose’,   마틴 크리드‘작품번호 1273’, 
하워드 호지킨‘수영’,   레이철 화이트헤드‘LOndOn 2012’.

착시(錯視) 현상을 이용하는 옵티컬 아티스트인 브리지트 라일리는 장미꽃을 상징하는 분홍색 바탕에 여러 색의 줄을 그려넣고 육상 트랙이나 수영장의 레인이란다. 

개념미술가인 마틴 크리드는 메달 시상대를 오륜(五輪) 색으로 표현했으며, 사각형이 점점 작아지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나타낸다고 한다. 

화가인 하워드 호지킨의 작품 '수영'은 큰 붓에 파란색 물감을 듬뿍 묻혀 힘차게 그려낸 붓 그림이다. 

조각가 레이철 화이트리드는 둥근 병의 바닥에 오륜 색 물감을 묻혀 찍어낸 고리들로 화면을 채우고, 선수들과 관람객이 마신 음료수 병과 커피 잔의 추억을 표현했다고 한다.


한정판으로 7파운드(약 1만2500원)에 판매되는 이 포스터들 중에는 이미 매진된 것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너무 개념적이어서 런던올림픽과의 연관성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데일리메일의 루이스 에클스 기자는 "파란색 붓 자국, 커피 잔 고리…. 유치원 미술인가? 

런던올림픽을 위한 포스터는 없다!"고 혹평했다. 

예술성이 강한 미술품을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포스터에 적용한 데 따르는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참고 - 아티스트 12인이 그린 2012 런던 올림픽 포스터> 세니어 조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