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이 있는 아침] 흔들려도 쓰러지지 마라

바람아님 2014. 6. 15. 11:30


세상을 떠돌던 사진가 김영갑은 우연히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 제주의 들판에 서는 순간 작가는 온몸을 휘감는 바람에 매료되고 말았다.

작가는 모든 시간을 제주도에 바쳤다. 화려한 풍광보다 바람과 구름과 작은 나무를 따라다녔다. 루게릭병에 걸린 뒤에도 멈추지 않고 아무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속마음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렇게 제주에 온 지 20년이 되던 2005년 김영갑은 영원히 제주의 바람 속으로 떠나고 말았다.

작가가 담은 제주도는 그의 영혼을 닮아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작은 나무는 그가 사랑했던 풍경이자 자신의 모습이었다.

신경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