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정인숙은 삶이 힘들어질 때면 겨울 산을 찾았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험한 겨울 산을 오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산에 물었다.
겨울 산은 변화무쌍했다. 때론 눈이 오고 거센 바람이 불어 앞을 볼 수 없었다. 혹독한 추위에 지쳐 도망치려고도 했다. 그럴 때면 안개가 살며시 올라와 작가를 포근히 감싸줬다. 작가는 그 모든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눈 쌓인 산길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겨울 산은 그의 질문에 대답없이 침묵했다.
산행을 마치고 산에서 얻은 사진들을 보며 작가는 문득 상처 났던 마음에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어느새 거센 눈보라에도 꿈쩍 않는 겨울 산을 닮아가고 있었다.
신경훈 편집위원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이 있는 아침] 물에 비친 파리의 풍경 (0) | 2014.06.16 |
---|---|
[사진이 있는 아침] 흔들려도 쓰러지지 마라 (0) | 2014.06.15 |
[사진이 있는 아침] 눈이 따뜻했던 시대 (0) | 2014.06.13 |
[Photo&Fashion]팀 워커, 패션과 예술의 경계선에 질문을 던지다 (0) | 2014.06.12 |
사진작가 김귀욱의 포토 에세이 : ⑧ 플라멩코 (0) | 2014.06.11 |